정부의 재해대책 시스템이 총체적인 부실로 드러났다. 지난 4~5일 중부지방을 강타한 폭설 대란은 '3월 대설'이라는 예상치 못한 사태라는 측면을 감안하더라도 정부부처와 해당기관의 수준이하의 위기대응 시스템과 늑장 대처가 빚은 '후진국형 인재'라는 지적이다. 고속도로에서 24시간이상 갇혔던 1만여대의 차량 탑승객과 야당은 물론 정부 내부에서도 '한심하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고건 총리가 지난 4일 밤 서울지방에서 눈이 쏟아지자 중앙재해대책본부에 들러 긴급대응을 지시했지만 해당부처와 일선 관련기관에 제대로 먹혀들지 않았고 일선 기관들간의 손발도 맞지 않아 대란을 자초한 것으로 드러났다. 총리의 지시에도 불구하고 담당부처인 건설교통부와 한국도로공사가 '설마'하고 있는 동안 5일 오전 7시 중부지방의 폭설로 발생한 남이분기점 교통사고로 차량들이 뒤엉켜 제설차량 진입이 불가능해지면서 경부ㆍ중부고속도로 정체대란이 빚어졌다. 이런 상황인데도 건교부와 도로공사는 7시간여가 지난 오후 2시가 넘어서야 제설작업을 위한 고속도로 차단에 나서는 등 유관기관의 무사안일, 앙부처와 지자체, 경찰과 일반행정 조직간 공조체제 부실 등 정부의 위기관리 난맥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총리 지시 겉돌아 =고건 총리는 지난 6일 "기술전문성이 없고 무계획적이며 구태의연하고 희망적인 관측에만 매달려 결과적으로 긴급 제설대책이 실효성이 없었다"며 이례적으로 공무원들의 자세를 질타했다. 정부의 이같은 늑장대응으로 인해 안그래도 도로공사의 장비와 인력으로 대응하기엔 역부족인 상황이었는데 군장비 및 인력투입, 구호물품 배급 등 비상대응시스템마저 제때 가동하지 못했다. 컨트롤 타워 사실상 없었다 =5일 밤 노무현 대통령이 폭설피해 대책지시를 내렸으나 즉각 대처하지 못하고 경부고속도로 남이분기점에서 교통정체대란이 발생한지 27시간 뒤인 6일 오전 10시가 돼서야 국무총리 주재로 관계장관대책회의를 개최했다. 또 4일에 이어 5일에도 충청권 등에 대설경보가 예고됐는 데도 중앙재해대책본부장인 허성관 행정자치부 장관은 예정된 충남ㆍ대전지역 업무보고 방문을 오전에 강행했다. 결과적으로 대설에 바로 대응하는 컨트롤 타워가 없었던 셈이라는 지적이다. 기상청의 한발 늦은 예보도 피해 키워 =지난 4일 서울ㆍ경기지역에 폭설이 내린 뒤 이날 밤 충청권에 대해서도 대설주의보가 내려졌으며, 5일 오전 9시를 기해 대설경보가 발령됐다. 기상청은 4일 오전까지만 해도 서울ㆍ경기지역에 1∼5cm의 눈이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가 오후 1시 5∼10cm로 적설량만 늘려 예보했지만 이후 내린 적설량에도 큰 차이를 보였다. 또 눈이 한참 내리고 있던 오후 5시 뒤늦게 대설주의보를 발령해 정부와 관계기관의 대처도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 기상청은 "서울, 대전 폭설유형이 겨울철로서는 매우 드문현상이어서 정확한 적설량 예측은 힘들었다"고 해명했다. 김후진 기자 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