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일 재계가 양국간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극명한 입장 차를 노출, 양국 정부가 내년 체결을 목표로 추진 중인 한ㆍ일 FTA 협상에 난항이 예상된다. 일본 재계는 4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20차 한ㆍ일 재계회의에서 광공업 분야에서 예외 없는 FTA를 서둘러 체결하자고 주장한 반면 한국 재계는 산업ㆍ기업별 이해가 엇갈린다며 FTA의 예외 규정과 시기에 대해 신중론을 펼쳤다. 오쿠다 히로시 일본 게이단렌(경제단체연합회) 회장(도요타자동차 회장)은 이날 기조연설에서 "세계 유수의 공업국인 한ㆍ일 양국이 광공업품에서 '예외 투성이'의 FTA를 맺을 수는 없다"며 "조기에 자유화 수준이 높은 FTA를 맺자"고 강조했다. FTA를 맺으면서 자동차 전자 기계 등의 분야에서 예외 규정을 둘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강신호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은 이에 대해 "한ㆍ일 FTA의 당위성에 대해서는 아무런 이견이 없다"면서도 "각 산업이나 기업별로 들어가면 이해가 엇갈리는 부분이 많은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강 회장은 특히 "일본에 대한 수입 의존도가 높은 기계산업과 부품ㆍ소재 분야의 기업, 특히 중소기업들로부터 강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양국 재계의 견해 차는 일본 자동차 및 전자업계가 FTA 체결에 따른 관세 인하를 노리고 잇달아 한국 상륙을 시도하고 있는 시점에서 불거진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전경련 관계자는 "한ㆍ일 양국 교역 규모는 4백36억달러로 16억7천만달러에 불과한 한ㆍ칠레 FTA와는 사정이 전혀 다르다"며 "더욱이 대일 무역역조가 1백90억달러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협상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국 재계는 이날 비공개 토론을 통해 한ㆍ일 FTA 체결에 공동 노력한다는데 합의하고 장기적으로 한ㆍ중ㆍ일 3국간 무역ㆍ투자 자유화 실현을 위한 3국간 FTA와 투자보장협정 가능성에 대해서도 공동연구를 추진키로 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