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들만 왼쪽에 있다면 가져가고 싶은데…" "출고 후 9년 된 것을 전임자에게 물려 받았는데 3년을 더 탄 지금도 괜찮아요." 일본 근무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주재원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화제 중 하나는 '자동차'다. 두고 가자니 아쉽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핸들도 반대 방향이고 부품도 구하기 힘든 일본차에 미련을 두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대다수가 중고차를 타고 다녔어도 고장으로 말썽을 피운 차가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또 하나는 40만~50만엔이면 쓸만한 중고차를 손에 넣을 수 있다는 점이다. 신차 값의 20~30% 금액으로 멀쩡한 차를 탈 수 있으니 그게 좋았다는 것이다. 일반적 한국인들의 시각에서 본다면 일본차에 후한 점수를 주는 이들은 핀잔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차도 온 세계를 누비고 다니는데 낡아빠진 일제 중고차를 편드느냐고 눈 흘김 당할 수도 있다. 틀린 지적은 아니다. 그러나 일본차를 두둔하는 이들이 주목하는 것은 브랜드가 아니다. 가격과 품질,그리고 운전자들의 손질이 균형을 이루고 있는 점을 높이 평가하는 것이다. 한국산 차가 일본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선지 올해로 4년째다. 하지만 아쉽게도 한국차를 구경하기란 아직 쉽지 않다. 짠돌이 소비자들이 지갑과 마음을 열지 않는데다 중고차가 또 하나의 장벽으로 버티고 있어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3일 한국 현대차 그룹의 2004년 생산량이 혼다를 제칠 전망이라고 전했다. 수치만 본다면 한국 메이커가 일본의 자존심을 따라 잡는 셈이다. 하지만 수치가 곧 승리를 뜻한다고는 보기 어렵다. 한국산 신차가 정작 일본 땅에서는 낡고 오래된 중고차로부터도 견제를 받는 상황이 이를 대변한다. 자동차산업이 수출 한국을 떠받치는 기둥으로 우뚝 섰지만 노사 모두가 운동화 끈을 좀더 조이고 각오를 다져야 할 이유는 분명하다. 일본 추월을 외치는 한국 자동차의 앞길에 일본 메이커들이 깔아 놓은 시험대와 장애물은 아직 적지 않기 때문이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