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소리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아름다운 음악을 들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파열음이나 마찰음을 듣게 되면 신경이 날카로워진다. 따라서 마케팅이나 고객서비스를 할 때 음악을 이용하는 것이 보편화되고 있다. 백화점에서는 디스플레이를 어떻게 하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떤 음악을 트느냐도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친다. 요즘 잘 나가는 드라마는 한결같이 최고의 사운드 디자이너들이 참여하고 있다. 젖소도 음악을 틀어주면 젖이 잘 나오고,토마토 같은 식물도 좋은 음악을 틀어주면 맛이 좋아진다는 연구도 있다. 질병 치료,성격장애 교정,스트레스 해소에도 음악이 사용된다. 골프의 매력 중 하나로 이 '사운드'를 들 수 있다. 우선 골프장에서는 '굿샷'과 '나이스샷'이 나는 소리를 반복적으로 말하고 듣게 된다. 사실 도시인들이 'Good'과 'Nice'라는 말을 큰 소리로 외칠 만한 곳은 골프장 빼놓고는 거의 없다. 그리고 볼이 스윗스폿에 제대로 맞았을 때 들리는 경쾌한 소리야말로 온갖 스트레스를 날려준다. 볼이 잘 맞았는지 안 맞았는지는 소리만 들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골프장에서 듣는 사운드의 백미는 홀에 볼이 떨어질 때 들리는 소리다. 특히 롱퍼팅한 볼이 빨려들어가면서 떨어지는 소리는 골퍼를 황홀하게 만든다. '굿샷'이라는 구호,타구 소리,그리고 홀에 볼 떨어지는 소리가 골프장의 3대 사운드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새소리와 시원한 바람소리까지 듣고 있으면 무아지경에 빠지게 된다. 요즘 좋은 골프장은 사운드 디자인으로 고객의 기분을 고조시켜 준다. 클럽하우스에서 들리는 음악소리,'아일랜드 그린'에 파온이 됐을 때 울리는 팡파르소리,인공폭포와 분수의 시원한 물소리,나뭇가지와 숲속에 설치해 놓은 스피커에서 새소리도 들려준다. 반면 '삼류 골프장'에 가게 되면 사운드는 없고 소음만 무성하다. 라커룸에서 떠드는 소리,필드에서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휴대폰소리,내기하다 다투는 소리,고객이 항의하는 소리 등은 사운드가 아니라 소음이다. 쾌적한 골프장을 만들려면 소음은 줄이고 기분좋은 사운드를 살려야 한다. 세계적인 명차 BMW 본사에는 자동차의 소음을 없애는 대신 어떤 소리가 날 때 운전자의 기분이 상쾌해지는 지를 연구하는 전담팀이 있다. '부웅부웅'하는 특유의 사운드는 이렇게 디자인된 것이다. 소음이 없는 자동차보다는 굿사운드가 장착된 차가 한 수 위인 것이다. 소음이 있는 골프장보다는 정숙한 골프장이 좋고 정숙한 골프장보다는 굿사운드가 있는 골프장이 좋다. 골프의 또 다른 묘미는 바로 다양한 사운드를 즐기는데 있지 않을까! 경영컨설턴트·경영학박사 yoonek18@ch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