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새내기 대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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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도쿄생은 바보가 되었는가'를 써서 대학생들에게 경종을 울렸던 평론가 다치바나 다카시가 올해는 '뇌를 단련하다'라는 또 한 권의 저서를 통해 독설을 쏟아내고 있다.
수재 소리를 듣는 학생들이 도쿄대학에 입학하지만 그들은 입학하는 순간 '목적상실증 환자'로 전락하면서 공부를 팽개치는 무서운 전염병에 걸린다는 것이다.
점수를 따는 데는 도사들이지만 정작 인생살이에 필요한 교양을 쌓는 데는 무관심하다고 몰아세운다.
다치바나의 지적은 우리 대학생들을 향한 질타처럼 들린다.
국내 최고의 대학인 서울대는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학문과 교양의 기초를 쌓도록 '대학국어' 과정을 개설했는데 수강인원이 미달해 20여개 강좌가 폐강될 위기에 놓였다고 한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자 사회대 등에는 기초학문 과목을 장려하는 안내문까지 붙여 놓고 수강신청 변경을 유도하고 있으나 반응은 신통치 않다는 소식이다.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국어과목은 대학교육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로 꼽힌다.
논리·창의적인 사고를 키우고 문법을 익히는 국어과목은 졸업 후 어떤 직업을 갖든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소양이기 때문이다.
미국 대학의 경우는 우리의 국어에 해당하는 작문(composition) 2과목을 이수한 뒤,주(州)에서 실시하는 시험에 통과해야 비로소 졸업이 가능하다.
대학 새내기들은 너나없이 "후회없는 대학생활을 보내고 싶다"고 말한다.
나름대로 계획을 세우고 목표를 정해 실천하려 애쓰는 모습이다.
그러나 그 목표가 취직을 전제로 한 특정 분야에 치우쳐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교양과 전문지식을 아우르는 균형 잡힌 노력이 부족하다는 얘기인데 '전문화된 천치'라는 말도 이래서 나오는 듯하다.
뿐만 아니라 입학철이 돌아오면 되풀이되는 신입생들의 음주사고가 올해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입시에서 해방된 기분에 빠져 객기를 부리고 일탈행동을 일삼는 탓이다.
"내 꿈을 펼치기 위해 대학생활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하는 진지한 고민은 자칫 소홀하기 쉬운 기초과목을 중요시하는 데서 출발해야 할 것 같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