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이 독주해왔던 일임형 랩 어카운트(종합자산관리계좌) 시장의 판도가 대우증권의 강세로 삼성-대우간 양강체제로 재편되고 있다. 29일 현재 증권업계의 일임형 랩 판매규모는 1조5천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삼성이 약 8천5백억원으로 57%,대우는 약 4천5백억원으로 30%를 차지하고 있다. 아직까지 삼성의 우세에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대우의 추격 속도가 만만치 않다. 한달 전과 비교할 때 삼성은 시장점유율이 10%포인트 감소한 반면 대우는 11%포인트나 늘었다. 대우는 최근 하루평균 1백억원대의 자금을 끌어모으며 하루 20억원 안팎을 모으고 있는 삼성을 위협하고 있다. ◆CEO가 직접 뛴다 삼성과 대우는 모두 최고경영자가 일임형 랩 판매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황영기 삼성증권 사장은 지난해 10월 판매를 시작했을 때부터 "일임형 랩을 삼성증권의 대표 상품으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박종수 대우증권 사장도 만나는 사람마다 자사의 일임형 랩 가입을 권유하고 다닌다. 자신도 직접 5천만원을 넣었다. 상품을 오랫동안 준비해왔다는 것도 양사의 공통점이다. 삼성은 지난 2001년 황 사장 취임 직후 약정경쟁을 포기하고 자산관리로 영업체질을 확 바꿨다. 일각에선 삼성의 질주에 대해 '삼성' 브랜드 덕분이라고 폄하하는 시각도 있긴 하다. 그러나 삼성 관계자는 "주식약정보다 자산을 늘려야 성과급을 더 받는 삼성의 영업전략이 1등의 비결"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대우도 '시장을 만든다'는 영업전략을 설정해 지난 2000년부터 일임형 랩에 대비해왔다. 두 회사는 자산의 운용방식도 비슷하다. 삼성과 대우 모두 본사가 일임형 랩의 '컨트롤 타워'를 맡고 있다. 여기에는 운용담당인 머니매니저를 주축으로 리서치센터,투자전략센터 등 지원인력이 가세하고 있다. 영업직원 개개인의 능력이 아닌 증권사의 신뢰를 걸고 운용하는 셈이다. ◆주력상품은 차별화 하지만 주력상품의 특·장점은 차이가 난다. 대우의 간판상품은 자체 선정한 20개 우량주를 벤치마크하는 '대표기업지수(KLCI)형'이다. 이 상품은 인덱스펀드처럼 미리 짜여진 포트폴리오에 투자하도록 설계돼 있다. 또 일반투자자를 겨냥해 대부분 가입금액 제한을 두지 않아 소액투자도 가능한게 특징이다. 반면 삼성은 헤지펀드처럼 주식과 선물을 동시매매,주가 등락에 상관없이 은행금리 이상의 수익을 목표로 하는 '마켓 뉴트럴형'상품을 앞세우고 있다. 최저가입금액도 5억원으로 높게 설정돼 있다. 수익률은 대우 대표기업지수형이 판매 석달째인 현재까지 평균 연7% 이상으로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증시가 우량주 위주로 급등한 덕분이다. 삼성 '마켓뉴트럴형'은 올들어 현재까지 누적수익률이 2%대 이하로 알려져 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안정적 수익을 추구하는 상품 특성상 단기 성과는 좋지 않을 수 있지만 1년 이상 운용하면 목표수익률(연 7% 정도)을 맞출 수 있다"고 말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