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홈런왕 앞에서 시원한 홈런포를...' `아시아 홈런킹' 이승엽(28) 소속 팀인 롯데 마린스가 29일 후쿠오카돔에서 지난 시즌 재팬시리즈 챔피언 다이에 호크스와 2번째 시범경기를 벌인다. 가장 관심을 크는 건 지난해 56홈런으로 아시아신기록을 세운 이승엽과 `일본프로야구 전설'로 통하는 비공인 세계기록인 통산 최다홈런(868개) 보유자 오 사다하루(64.왕정치.王貞治) 다이에 감독과의 재회. 지난 99년 슈퍼게임 때 한국 대표팀 선수와 일본팀 사령탑으로 승부를 펼쳤던대 이후 5년 만에 다시 이뤄진 만남이다. 이승엽이 경북고 시절 방에 사진을 걸어놓을 정도로 존경했던 왕정치 감독은 22년간 선수로 뛰며 행크 아론의 메이저리그 최다기록(755개)를 갈아치웠고 64년 아시아신기록(55개)를 세우며 무려 15차례나 홈런왕을 차지했던 불세출의 거포. 이승엽은 프로 경력이 9년에 불과하지만 왕 감독과 터피 로즈(요미우리 자이언츠), 알렉스 카브레라(세이부 라이온즈)가 갖고 있는 종전 아시아최다홈런기록(55개)을 지난해 경신한 뒤 일본 무대에 도전장을 던졌다. 양팀이 같은 퍼시픽리그 소속으로 정규시즌에도 맞대결하는 만큼 둘은 36년이라는 세월의 간극에도 신.구 아시아홈런킹의 자존심을 다투는 진정한 라이벌인 셈이다. 이런 점에서 다이에전에 임하는 이승엽의 각오는 남다를 수 밖에 없다. 지난해 한신 타이거스의 거센 돌풍을 잠재우고 재팬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던 왕감독이 직접 지켜보는 가운데 대포를 쏘아올린다면 이승엽은 한순간에 지명도를 끌어올려 전국구 스타로 발돋움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다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했고 왼손타자이면서 `외다리타법'의 덕을 톡톡히 봤었다는 공통점에서도 맞대결이 흥미롭다. 하지만 일본 최강을 자랑하는 다이에 마운드가 이승엽에게 호락호락 홈런을 내줄 것 같지는 않다. 이승엽이 마주칠 다이에 투수 가운데 가장 까다로운 상대는 지난해 14승5패(방어율 3.38)의 좌완 에이스 와다 쓰요시(22). 2003년 재팬시리즈 7차전 때 완투승을 거두며 팀을 우승으로 이끈 와다는 지난해 11월 일본 삿포로에서 열렸던 아테네올림픽 예선을 겸한 아시아선수권대회 한국전에서도 선발로 나와 삼진 9개를 뽑으며 한국에 뼈아픈 패배를 안겼다. 정교한 볼 컨트롤에 낙차 큰 포크볼로 이승엽의 애를 태울 것으로 보인다. 롯데전 다이에 선발 등판이 유력한 사이토 가즈미(26)도 만만찮은 상대다. 지난 시즌 리그 다승(20승), 방어율(2.83), 승률 등 3관왕으로 `일본의 사이영상'으로 불리는 사와무라상을 받았던 사이토는 190㎝의 장신에서 내리꽂는 강속구와팔색조의 변화구가 일품이다. 이밖에 재팬시리즈 최우수선수 좌완 스기우치 도시야(23)와 150㎞대의 강속구를뿌리는 우완 정통파 아라가키 나기사(23) 등도 막강 마운드를 구축하고 있다. 이승엽이 자신의 우상이었던 왕정치 감독과 철벽 마운드를 뛰어 넘어 일본 무대에 자신의 이름을 확실히 새길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가고시마=연합뉴스) 이동칠기자 chil881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