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도 마찬가지이지만 기술에서도 숫자가 모든 것을 말해주지는 않는다. 생활 필수품이 되고 있는 디지털카메라가 그 대표적인 예다. 값이 비싸고 화소 수가 많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이는 일본 디지털카메라 4종을 비교 분석한 결과다. 비교 분석의 결과는 상당히 의외였다. 4가지 제품 중 값이 제일 싸고 화소 수도 적은 디지털카메라의 사진이 가장 우수한 것으로 판명됐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의 카메라 전문팀은 디지털카메라 메이커로 유명한 일본의 카시오,소니,코니카 미놀타,펜탁스 제품 4개를 놓고 성능을 테스트했다. 각 사별로 한 개 제품씩 가격과 화소 수에서 등급이 서로 다른 제품을 선정했다. 테스트 대상이 된 4개 제품은 코니카 미놀타의 디미지(Dimage) Xg(가격 2백99달러·화소 수 3백20만개),펜탁스의 옵티오(Optio) S4(3백49달러·4백20만개),카시오의 EX-Z4U(3백99달러·4백만개),소니의 사이버샷(Cyber-shot) DSC-T1(5백49달러·5백만개) 등이다. ◆화소 수가 많다고 선명한 것은 아니다=조사대상 4개 제품 중 코니카의 디미지 Xg가 화소 수가 가장 적고 값도 싸며,소니의 사이버샷은 화소 수가 가장 많고 값도 비싸다. 4개 제품 모두 크기가 신용카드보다 약간 더 크고,두께는 1인치 미만이며 3배줌 렌즈를 장착하고 있다. 또 일반인 등 아마추어들이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고 스틸사진은 물론 짧은 시간의 비디오촬영 기능도 갖추고 있다. 먼저 각 제품의 사진 선명도를 살펴봤다. 각 카메라로 실내 및 실외사진을 한 장씩 찍은 다음 컴퓨터 스크린에 띄워 놓고 선명도를 비교했다. 놀랍게도 코니카의 디미지 Xg 카메라의 사진이 제일 선명했으며 칼라 화상도도 가장 뛰어났다. 실내 및 실외촬영 사진이 다 그랬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값도 가장 싸고 화소 수도 제일 적은 제품의 사진이 우수한 것이다. 오는 3월 출시될 이 제품은 디미지 Xt의 후속 모델로 기존 제품에 비해 배터리 수명이 좀더 길어지고 화면도 커졌다. 디지털카메라의 화소 수는 컴퓨터칩의 처리속도와 같은 것으로 화소 수가 많을수록 더 나은 제품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3백20만개의 화소로도 8인치(20cm)?10인치(25cm) 크기의 사진까지 선명하게 인화할 수 있다. 4백만개 또는 5백만개 이상의 화소 수를 가진 디지털카메라는 이보다 더 큰 대형사진을 편집하거나 인화하는 사람들에게는 필요하겠지만 일반 사용자들에겐 3백20만개의 화소로도 충분하다는 결론을 얻은 것이다. ◆촬영속도·충전방식·간편성도 고려해야=디지털카메라의 품질은 사진의 선명도와 함께 촬영개시 속도(start-up speed)에 달려 있다. 카메라를 꺼내 덮개를 열고 어떤 장면을 촬영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촬영개시 속도다. 이것이 너무 느리면 중요한 장면을 놓칠 수 있기 때문에 촬영개시 속도는 상당히 중요하다. 이 점에는 코니카의 디미지 Xg와 소니의 사이버샷이 각각 약 1초씩 걸리며 가장 빨랐다. 펜탁스의 옵티오 S4와 카시오의 EX-Z4U는 0.5초가량 더 걸려 상대적으로 속도가 느렸다. 카메라 충전방식에서도 각각 장·단점이 발견됐다. 코니카 제품의 경우 카메라 본체에 전선을 연결해 플러그에 그냥 꽂으면 돼 상당히 편리했다. 소니와 카시오 카메라는 카메라를 통째로 자체 충전기에 꽂으면 돼 별 불편을 느끼지 못했다. 그러나 펜탁스 제품은 건전지를 꺼낸 다음 충전기에 건전지를 충전하도록 돼 있어 사용하기에 좀 불편했다. 카메라에 부착된 스크린은 카시오(2인치)와 소니 제품(2.5인치)이 한꺼번에 여러 명 볼 수 있을 정도로 크다. 이에 반해 코니카와 펜탁스 카메라의 스크린은 각각 1.6인치에 불과해 사용하기에 다소 불편했다. 혼자 보기에는 별 문제가 없으나 여럿이 같이 보기에는 스크린이 좀 작았다. 이 밖에 코니카와 소니 카메라는 줌렌즈가 완전히 카메라 본체 속으로 쏙 들어가도록 돼 있어 휴대하기가 간편하다. 반면 펜탁스와 카시오 카메라는 줌렌즈가 본체 밖으로 약간 튀어 나와 있어 외관상으로나 휴대성에서 경쟁력이 다소 떨어졌다. 이들 4개 제품의 성능과 사용 간편성 등을 비교 분석한 월스트리트저널의 최종 결론은 다음과 같았다. '코니카의 디미지 Xg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