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을 경영하고 있는 50대 초반의 K씨는 최근 서울대 강남검진센터에서 건강진단을 받고 예상치 못한 질병이 있음을 알고 깜짝 놀랐다. 최근 노안 때문에 시력이 떨어진줄 알았는데 녹내장이 원인이라는 진단을 받아서다. 안압이 높아야 녹내장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고 있던 K씨로서는 의외였다. K씨는 현재 약물 치료를 받고 있다. 녹내장으로 한 번 떨어진 시력은 회복이 불가능하며 오랫동안 방치할 경우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전문의들은 안압검사와 시신경검사를 해야 녹내장 여부를 정확히 진단할 수 있다고 말한다. 녹내장의 원인과 치료법 등을 알아본다. ◆40세 이상은 매년 안압 및 시신경 검사 받아야=건강검진을 할 때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는 눈 질환 검사를 소홀히 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특히 직장에서 건강검진을 할 때 시력검사만 할 뿐 안압검사와 시신경검사가 빠져있거나,안압검사만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녹내장의 조기 발견이 어렵다. 서울대병원 강남검진센터가 최근 3개월간 건강검진을 받은 40세 이상 성인 가운데 안압과 안저촬영(시신경 이상 여부를 알아내는 검사)으로 녹내장이 의심되는 사람을 정밀 검사한 결과 21명이 녹내장으로 진단됐다. 이 중 20명이 안압은 정상인데도 녹내장으로 확인됐다. 따라서 40세 이상 성인은 1년에 한 번은 안압검사와 시신경검사를 받아 녹내장 유무를 확인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약 1백만명 정도가 녹내장을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실제 치료받고 있는 사람은 20만∼30만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방치하면 실명으로 이어져=녹내장은 백내장,황반변성(망막 한가운데 초점이 맺히는 부분인 황반부에 여러 변화가 일어나는 병)과 함께 실명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3대 안과 질환으로,시신경이 손상돼 점점 시야가 좁아지다가 결국 시력을 잃게 되는 병이다. 녹내장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상식은 '안압이 높아야만 녹내장에 걸린다'는 것이다. 서양인에 비해 동양인들은 안압은 정상(10∼21㎜Hg) 범위인데도 시신경이 손상되고 시야가 좁아지는 녹내장에 잘 걸린다. 녹내장은 크게 협우각형과 광우각형으로 나눠진다. 협우각형 녹내장은 눈의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생기며 시력장애,심한 두통 및 안구통을 동반한다. 광우각형 녹내장은 통증이 별로 없이 서서히 자신도 모르게 시력이 떨어지는 타입이다. 안압은 정상인데 녹내장이 생기는 경우다. 박기호 서울대병원 강남검진센터 안과 교수는 "녹내장으로 한 번 손상된 시신경은 회복되지 않는다"며 "발생 빈도가 높아 누구나 걸릴 수 있는 질환으로 증상을 느껴 안과를 찾으면 치료가 힘들다"고 경고했다. ◆시력 소실 방지가 치료 목적=녹내장은 장기간 혹은 평생을 치료해야 하는 질환이다. 따라서 의사와 환자가 서로 이해하고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치료 도중 환자는 정직하게 느끼는 증세,약의 사용에 따른 신체의 조그마한 변화라고 말해줘야 한다. 녹내장은 안약,약물복용,레이저수술,수술 등을 단독 또는 병용해 치료할 수 있다. 녹내장은 치료를 하더라도 시력이 회복되지 않는다. 녹내장 치료의 목적은 시력이 더 이상 나빠지는 걸 막는 것이다. 약물 치료에는 안약과 내복약이 있는데 안약은 크게 프로스타글란딘제,교감신경 자극제,교감신경 차단제 등이 있다. 내복약으로는 다야목스,넵타잔 등이 있으나 부작용이 심하므로 주의해야 한다. 최근에는 내복약의 부작용을 피하기 위해 같은 성분이 함유된 점안액이 사용되고 있다. 현재 시신경파괴억제제,보호제 및 재생을 촉진시키는 약물 등이 실험단계에 있다. 안압 상승이 원인인 환자에게서 약으로 치료가 되지 않고 시신경이나 시야가 점점 더 파괴돼갈 때는 레이저 치료나 수술을 하게 된다. 선천성 녹내장,협우각형 녹내장의 경우에는 처음부터 레이저광선이나 수술을 통해 치료한다. 요즘은 효과가 높은 약품이 많이 나와있고 수술기법도 발달해 수술이 많이 간단해지고 성공률도 높아졌다. 수술 후의 부작용도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수술의 성공 여부는 녹내장 타입,녹내장의 정도,의사의 수술능력,환자의 협조 등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소가 작용한다. 국문석 서울아산병원 안과 교수는 "정기적인 안과 검사는 녹내장의 예방과 눈의 건강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며 "녹내장을 조기에 치료하면 녹내장으로 인한 실명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