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그룹은 한국경제의 잠재력을 보고 한미은행을 인수했으며 이는 한국경제가 재도약할 수 있는 새로운 계기가 될 것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의 윌리엄 페섹 칼럼니스트가 27일 밝혔다. 페섹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취임 이후 줄곧 지지율 50%를 밑돌면서 국내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고 외국자본도 한국투자를 주저하고 있지만, 씨티그룹은 자사 역사상 최대 규모의 해외투자를 통해 한미은행을 인수함으로써 노무현 정부에 중요한 신뢰의 징표를 건넸다고 말했다. 한국이 대외신인도의 추락으로 아시아 3위의 소매은행 시장이라는 지위를 상실한 작금의 상황에서 씨티그룹이 무서운 속도로 성장가도를 달리는 중국을 비롯한 다른 아시아 국가를 제쳐놓고 27억3천만달러의 거액을 투자한 것은 무엇보다도 한국경제의 잠재력을 믿기 때문이라고 그는 평가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씨티그룹의 이번 결정이 한국경제가 `빅뱅'할 수 있는두번째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페섹은 말했다. 그는 지난 1997-1998년에 아시아의 금융위기로 은행들은 대대적인 구조조정과함께 외국자본에 문호를 개방했다는 점을 상기시킨 뒤, 씨티그룹의 한미은행 인수로국민은행과 신한은행 등은 리스크 관리와 수익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추가적인 조치를 취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외환위기 이후 한국의 경제개혁이 대부분 정부에 의해 위에서 아래로 추진됐으나 씨티그룹의 한미은행 인수로 이제는 밑에서부터 위로의 개혁이 가능하게 됐으며향후 어떠한 방향으로 나갈지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이는 한국경제의 재도약을 위해반드시 필요한 요소라고 페섹은 역설했다. 그는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3%로 떨어졌고 대출상환이 3개월이상 밀린 신용불량자가 370만명에 달하는데다 수백만명의 20대가 실업에 허덕이는 최악의 상황에서 중국이 주변국의 시장을 잠식하면서 변화를 재촉하는 바람에 한국경제의 어려움이 다소 가중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씨티그룹은 최근 한국사회가 직면한 실업률이나 기업의 지배구조 등이해결될 것으로 확신하지 못했다면 결코 한국시장에 투자하지 않았을 것이며 호전적인 노동조합이 이번에는 조용히 넘어가는 것을 보더라도 씨티그룹의 그같은 믿음은정확했다고 볼 수 있다고 페섹은 강조했다. 페섹은 전체 순익의 60% 이상을 아시아에서 거둬들이면서도 북한 핵문제와 중국에 의한 시장잠식 등을 우려해 한국투자를 기피한 영국의 스탠더드 차터드와 달리씨티그룹은 더 `큰 그림'을 보고 있지만 이것이 한국경제가 부활의 궤도에 진입한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노 대통령이 재벌에 대한 규제를 더욱 강화하지 않으면 올해도 경제가 지난해보다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아울러 한국은 급성장하는 중국의 활용방안도 적극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정규득기자 wolf85@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