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북핵 6자회담이 개막된 25일 한국은 첫날 기조연설에서 핵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 안을 제시한 반면 나머지 참가국들은 지극히 원칙적인 선에서 '북한의 고농축우라늄(HEU) 핵프로그램 보유 여부'와 '핵동결 대 상응조치'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한국측 수석대표인 이수혁(李秀赫) 외교부 차관보는 "첫날 전체회의는 북핵문제해결의 목표를 중심으로 논의했으며 우리측은 구체적 안을 제시했다"면서 기조연설문 내용을 일부 공개했다. 이날 한국과 일본은 기조연설 내용을 공개했으나 나머지 참가국들은 공개하지 않았다. 각국의 기조연설문은 다음과 같다(한ㆍ일을 제외한 4국은 추정). ◇한국 = 개막식전까지 5개국과 양자접촉을 모두 끝낸 한국은 그간 준비해온 ▲모든 북핵 프로그램의 동결과 폐기로의 단기간내 이행 ▲핵사찰 허용을 포함하는 '핵동결'과 이에 따른 '보상조치'를 골자로 한 3단계 방안을 기조연설에 담았다. HEU 문제와 관련해서는 국제사회가 많은 우려갖고 있다고 언급했으며, 가급적 쟁점화를 피했다. 한국은 또 1차회담시 제시했던 '말 대 말' 선언인 북한의 핵포기 선언과 미국의 안전보장 용의표명 교환(1단계), 핵폐기와 검증, 그리고 그에 대한 조율된 조치(2단계), 핵폐기 완료후의 미-북 국교정상화 등 그밖의 문제 해결(3단계) 방식으로 단계별 구체적인 조치를 제안했다. 한국은 아울러 '핵동결'은 적어도 그 대상과 범위가 모든 핵시설과 핵물질을 포함해야 하고 핵사찰을 전제해야 하며 그 이행의 기간은 최단기간이어야 한다는 3가지 조건이 확보돼야 한다는 입장도 담았다. 이와 함께 핵폐기 의사표명과 다자안전보장 문서화 용의표명후 공동발표문 명기(1단계), 공동선언을 통한 실효적 안전보장 잠정 제공(2단계), 핵폐기 마무리 단계에서의 항구적 안전보장(3단계) 등 3단계의 대북안전보장 방안도 제기했다. 한국은 회담 정례화를 위해 두달에 한번씩 6자회담을하고 회담과 회담사이에 실무그룹 회의를 개최하자고 제의했다. ◇ 미국 = 6개국중 기조연설을 가장 오래 한 것으로 알려진 미국은 기존 입장에서 변화가 없었으며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CVID) 핵 폐기'를 뼈대로 HEU 문제 해결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HEU 해결방법으로 리비아식 '고백'을 촉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기조연설에 앞서 미국측 수석대표인 제임스 켈리 국무부 차관보는 개막식 인사말에서 "핵폐기에는 플루토늄 뿐만 아니라 고농축우라늄(HEU) 핵계획도 포함돼야 한다"며 쟁점화 의지를 알렸다. 그러나 미국은 '핵동결 대 보상조치'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 대신 미국은 과거에도 여러차례 언급한 것처럼 북한을 침략할 의도가 없음을 다시 한번 밝히고 미국과 기타 국가들이 다자틀 속에서 대북 안전보장을 해줄 수 있다는 의지를 담았을 것으로 분석된다. ◇ 북한 = 북한이 HEU 핵보유 여부에 대해 '부인'했는지, 했다면 어떤 수준으로 했는 지가 관심이다. 북한이 기조연설에서 HEU 문제를 강하게 치고 나왔다면 회담기간 내내 미국과의 마찰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 자칫 회담이 어려움에 처할 수도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국측 이수혁 수석대표는 "북한측의 기조연설내용을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측은 24일 밤 남북접촉에서 HEU 문제와 관련, "계획자체도 없었다"는 일방적인 부인보다는 "의혹을 해소할 수 있다"는 입장을 피력하도록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측 김계관 수석대표는 기조연설에 앞선 인사말에서는 "우리 정부의 일관된 입장에 따라 유연성을 견지하여 잘 맞춰나가도록 하겠다"고 유연함을 강조했으나, 정작 기조연설에서는 '핵동결 대 보상', 'HEU문제' 등을 조목조목 거론하며 원칙적인'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작년 8월 1차회담에서 제시한 4단계 해결 방안을 큰 그림으로 제시하고 그 이후 일괄타결.동시행동 원칙을 내걸고 첫단계 조치로 '동결 대 보상'을 주장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기조연설에서도 이러한 내용이 뼈대가 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 중국 = 중국의 기조연설문에는 기존의 주장인 '한반도 비핵화와 안전보장에대한 공동인식'을 대전제로, 이를 실현하기 위한 '6자회담의 지속'이 포함됐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북한이 'HEU 핵 계획 보유'를 강력히 거부하고 있는 만큼 이를 명시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 일본 = 일본은 현안인 HEU 문제를 포함한 핵문제에 대해서는 모든 핵계획과 핵활동을 완전하고 신속히 불가역적으로 폐기하는 약속이 필요하며 국제사회 기준에 따른 충분하고도 효과적인 검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납치자 문제에 대해서는 모든 문제 해결을 위해 일본과 북한 정부간 협의를 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은 또 6자회담을 통해 핵ㆍ미사일 등 제반 안전보장문제가 구체적으로 진전이 있고 포괄적으로 해결되기를 기대하며 이게 해결돼 일-조 국교정상화가 이뤄지면 북한의 경제개발에 협력할 용의가 있다는 뜻을 밝혔다. ◇ 러시아 = 1차회담에 비해 역할이 축소된 러시아는 한반도 비핵화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공동성명 또는 실무 워킹그룹을 구성해 6자회담을 지속시키자는 원칙론을 펼쳤을 개연성이 크다는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베이징=연합뉴스) 특별취재팀 kji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