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관광부가 건축물 미술장식제도를 공공미술제도로 전환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것은 현행 건축물 미술장식제가 도시환경 개선이라는 당초 취지와 무관하게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게다가 조형물 선정을 둘러싸고 탈세 비리 등의 부작용이 심각한 수준이어서 이럴 바에야 미국 유럽의 선진국들이 1960년대부터 시행하고 있는 공공미술제로 바꾸는 게 도시의 문화환경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는 게 문광부의 분석이다. 조형물의 의무설치를 공공미술 기금 납부로 전환할 경우 민간 건축주의 사유재산 침해 여부에 대한 논란이 있을 수 있는 데다 조형물 설치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는 미술·건축계의 이해집단들이 기득권 상실을 우려해 강력히 반발할 소지도 없지 않다. 하지만 현행 건축물 미술장식제의 부작용과 공공미술제도로의 전환 필요성에 대해서는 관계 전문가들 사이에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만큼 문광부가 구상 중인 큰 골격은 바뀌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패조각'으로 전락한 미술장식제=우리나라 건물의 조형물은 도시 주변 환경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건물과 조형물이 1 대 1로 대응하는 '문패조각'식으로 이뤄지고 있을 정도로 심각한 상태다. 게다가 조형물 선정 과정에서 브로커의 개입,작가와 심의위원의 담합 등으로 불법 리베이트가 난무하고 과대한 수수료가 오가는 실정이다. 이중계약이 성행하다 보니 미술장식품이 실제 설치비용의 3분의 1 정도의 가격에서 제작돼 예술성이 떨어지는 조악한 미술품이 양산되고 있다. 조형물 심의를 둘러싼 이같은 비리와 담합은 '사후심의제'의 한계로 인해 정부로서도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이 없는 상태다. ◆선진국형 공공미술제로 전환=미국 프랑스 등 선진국들은 1960년대부터 도시환경을 문화적으로 조성한다는 차원에서 공공미술제도를 도입했다. 정부도 이러한 추세를 감안,미술 장식비용을 지방문화예술진흥기금으로 유도하고 이 기금으로 제대로 된 공공 조형물을 조성하겠다는 복안이다. 우리나라의 미술장식품 설치비용은 건설경기에 영향을 받지만 연간 5백억원 규모다. 기금 대납이 허용될 경우 민간 건축주 입장에서는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지만 정부의 의도대로 사유재산인 조형물을 포기하고 기금을 납부하는 쪽으로 선택할 건축주들이 얼마나 있을지는 현재로선 미지수다. 하지만 공공기관에 대해 미술 장식비용을 건축비용의 1% 이상으로 강화하게 되면 미술장식 비용이 신규로 발생해 공공미술기금은 전체적으로 연간 수백억원은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조형물 의무설치 대상에서 제외됐던 공공기관에 대해 의무조항을 신설할 경우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들이 도시환경 개선에 앞장설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게 문광부의 분석이다. 이성구 미술전문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