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찌 즈리 쌓았을까이∼.' 산길 양쪽으로 도열한 7백여기의 돌탑.보는 입에서 탄성이 절로 나온다. 누가 저렇게 정성을 기울였을까. 감동과 신비감이 몰려든다. 전라남도 장흥 천관산 문학공원.입구에 들어서면서부터 하나 둘씩 보이던 돌탑은 중턱을 지나면 무리를 지어 나타난다. 크고 작고,둥글고 각지고.크기와 모양은 다소 차이가 있지만 쌓은 정성은 한결같다. 탑은 고대의 유적을 연상케한다. '툼 레이더'나 '인디아나 존스'같은 영화에 나옴직한 그런 모습이다. 하지만 무척이나 한국적이다. 안에 담긴 혼과 염원이 토속적 정취를 지녔기 때문이리라. 이 놀라운 작품들은 모두 전문가가 아닌 마을 사람들의 손에 의해 제작됐다. 현지 주민은 물론 오래전 고향을 떠나 대처로 갔던 사람들마저 가족 단위로 내려와 하나씩 쌓아 놓고 갔단다. 주민들의 탑 쌓기 열정은 아직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탑 쌓는 법을 배우러 마이산까지 연수를 다녀올 정도다. 탑이 늘어선 산길 맨 위쪽엔 시인 54명의 육필원고가 새겨진 시비가 있다. 시비는 공중에서 보면 이 곳 지명과 같은 '대덕'이란 모양으로 배치됐다. 문학공원이 있는 천관산은 예부터 기가 센 터로 일컬어졌다. 태조 이성계의 소집령을 어겨 이 곳으로 귀양을 왔다는 전설을 지닌 천관산.이 산의 기세를 이겨낸다면 득도할 수 있으리라는 바람은 무려 98개에 달하는 암자를 탄생케 했다. 이 중 대표적인 사찰은 통일신라시대 통영화상이 세웠다고 전해지는 천관사다. 천관사는 천불천상의 기암괴석과 40만평에 달하는 억새군락지와 어울려 등산객과 신도들이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장흥의 또 다른 명찰은 북쪽 가지산 자락에 자리잡은 보림사다. 중국 인도와 함께 3대 보림으로 꼽히는 이 사찰엔 국보 2점,보물 8점 등이 보존돼 있다. 특히 절 뒤편에서 채취하는 차는 차가 유명한 일대에서도 최상의 품질로 평가받는다. 장흥은 문학의 고장이다. '서편제'의 작가 이청준과 '아제아제바라아제'로 유명한 한승원 등 예로부터 수많은 문인들이 이 곳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때문에 길 어디를 돌아봐도 모두 소설의 소재가 됐던 장소다. 아제아제바라아제의 주인공 순녀가 태어난 박림소,이승우의 소설 '샘섬'의 무대 돌섬,송기숙 소설 '녹두장군'최후의 격전지 등. 천관산에서 아래쪽에는 임권택 감독의 영화 '축제'의 배경이 된 남포리가 있다. 남포마을은 정남진으로 불린다. 서울 광화문의 정남쪽에 위치한 포구란 뜻이다. 소박한 포구의 그림 같은 해안선과 고즈넉하게 펼쳐진 바다,마을 앞 바다에 두둥실 떠 있는 소등섬이 어우러진 서정은 바닷가 마을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가슴 차분한 감동을 전해준다. 장흥=장유택 기자 changyt@hankyung.com -------------------------------------------------------------- [ 여행수첩 ] 장흥엔 먹거리가 풍부하다. 키조개 등 어패류가 많이 난다. 특히 "하모"라고 불리는 갯장어는 주요 수출품이다. 또 참나무에서 자라는 표고버섯은 이 고장 최고의 특산품으로 꼽힌다. 남포마을에 들르는 사람이라면 석화 장작구이를 한번쯤 먹어보도록 권하고 싶다. 이곳의 굴은 양식과 자연산의 중간쯤 된다. 바다에 돌덩이를 흩어 놓은 뒤 자연산 굴이 달라 붙으면 채취하기 때문이다. 참나무 장작에서 피어오르는 연기속에서 매운 눈을 깜빡이며 빼곡이 굴이 붙은 돌덩이를 돌려가며 까먹는 재미는 그 맛과 함께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다. 한 바구니 2만원.장흥 관광안내(061)860-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