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말께 출범할 것으로 예상됐던 민주당 선대위가 당 내홍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당내 갈등을 해소한 뒤 선대위를 출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데다 선대위 위원장이 확실시됐던 추미애(秋美愛) 상임중앙위원에 대한 당내 중진들의 거부감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진들은 조순형(趙舜衡) 대표와 추 위원의 공동 위원장 체제를 불가피한 것으로 받아들였지만 추 위원의 `공천혁명' 발언 이후 "공동위원장으로도 불안하다"고 `자질론'을 거론하며 선대위에서 제외하자는 분위기다. 특히 추 위원에 의해 공천 배제 대상으로 지목된 구 정통모임은 추 위원 선대위제외를 적극 요구하며, 공동위원장의 빈 자리에 호남 중진을 추대하자는 움직임을보이고 있다. 정통모임 출신 의원들은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호남 중진을 선대위 공동위원장으로 중용해야 한다"며 호남 중진중 지역구 사정이 가장 나은것으로 알려진 정균환(鄭均桓) 전 총무를 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통모임 출신이지만 서울이 지역구인 유용태(劉容泰) 원내대표 등은 조 대표에게 단독 선대위원장을 맡겨야한다며 다소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추 위원의 선대위 제외를 기정사실화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이에 대해 소장파들은 열린우리당 정동영(鄭東泳) 의장에 대해 맞불을 놓기 위해서는 `추미애 카드' 이외에는 대안이 없다며 추 위원 단독 선대위원장 체제와 조기 선대위 출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특히 이미 소속 의원 20여명의 서명을 받아 선대위 조기 출범과 추 위원 단독위원장 체제로의 전환을 주장한 설 훈(薛 勳) 의원이 23일 소장파 의원들과 만나 이문제를 논의하고 다시 한번 집단적인 목소리를 낼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그러나 추 위원 본인이 "공천혁명 등 당내 개혁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단독이든,공동이든 선대위원장을 맡을 생각이 없다"는 의사를 분명하게 밝히고 있어 소장파의요구가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이와 함께 선대위의 출범은 다음달까지 늦춰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당내중진들이 선대위 출범을 `당내 갈등이 해소된 이후'로 미루자고 주장하는 가운데 소장파와 중진의 갈등이 증폭되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유용태 원내대표는 "당이 내홍에 빠진 모습을 보이는 상황에서 선대위만 먼저출범시키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선대위 출범은 한동안 지연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고일환기자 kom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