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栽元 < 한화그룹 고문.전금융경제연구소장 > 경제에는 단기 효과와 장기 효과가 있다. 단기의 축적이 장기임에도 불구하고 단기 효과에 적정한 정책이 장기에는 그렇지 않은 것이 일반적이다.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예로 들어보자.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단 몇 줄로 요약할 수는 없겠지만 그 특성만을 살펴보면,조세정책을 통한 부동산 가격 안정에 초점이 주어졌다고 볼 수 있다. 요즘 신문지상에 부동산 기사가 뜸한 것을 보면 부동산 가격이 비교적 안정된 모양이다. 그러나 너무나도 간단한 논리이지만,부동산 가격이 안정되기 위해서는 공급을 늘려야 함은 이해하기 어려운 명제가 아니다. 즉 공급이 늘지 않으면 장기에서는 초과 수요가 발생하게 되어 부동산 시장에서 다시 대란이 일어날 수도 있다.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단기 안정에는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나 공급 증가가 계획대로 실천되지 않으면 장기에는 또 다시 대란이 일어날 수도 있다. 요즘 '이태백'이라고 하는 유행어가 있듯이 청년실업이 40만명에 육박해 사회문제로 등장하고 있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가? 우선,미국의 예를 보자.미국은 지난해 3분기에 국내총생산 8.2%라는 초고속 성장을 이룩했다. 그러나 고용은 늘어나지 않고 계속 답보상태를 맴돌았다. 무슨 이유 때문이었을까? 성장의 원인을 분석해 보니,8.2%의 성장 중 5.25%는 노동생산성 증가에 의한 것이었다. 과거 같으면 1백5명이 들어붙어 해야 할 일을 지금은 1백명이 해결하는 것이다. 자본과 노동의 추가 투입이 없어도 국내총생산(GDP)은 5.25%의 성장이 가능했던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미국의 기업들은 웬만한 일은 아웃소싱에 의존한다는 것이다. 소프트웨어,건축설계,병원에서의 X-레이 사진판독 등은 임금이 싼 인도,이스라엘 등을 통해 이루어진다. 외주를 주기 때문에 물가 안정을 도모하면서 서비스 생산은 증가하는 것이다. 우리의 경우 산업구조가 노동절약형으로 개편이 이루어지는 데 그 원인이 있다고 본다. 산업구조가 노동절약형으로 개편되는 것은 장기적으로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때문이다. 첫째,우리나라는 현재 인구성장률이 세계 최하위다. 멀지 않아 절대인구가 감소될 것이라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그러니,장기적으로 산업구조가 노동절약형이어야 함은 당연한 논리다. 둘째,우리의 가까운 이웃에는 우리 임금 수준의 10%밖에 안 되는 거대한 중국이 있다. 중국은 우리나라의 60년대와 같이 이중구조(Dualistic Economy)를 가진 나라다. 즉 도시와 동·남부 해안지대가 급속히 공업화가 이루어지면서 매우 빠른 속도로 노동을 흡수하고 있지만 농촌지역에는 아직도 한계생산성이 제로에 가까운 노동이 얼마든지 존재한다. 빠른 속도로 공업화가 이루어져 노동력을 급속히 흡수하더라도 향후 상당한 기간 임금이 올라가지 않을 것이다. 노동집약적 산업으로는 중국과 경쟁할 수 없는 것이다. 여기에 매우 과격한 노동조합의 존재는 노동절약형 산업구조로의 재편에 일조했을 것이라는 점도 쉽게 짐작이 가는 일이다. 어찌됐건 노동절약형 산업구조로 재편되는 것은 장기적으로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렇다면 단기적으로 실업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지금까지의 정부 대책은 고용을 늘리는 기업에 대해 정부 보조금을 지급한다든지,노사정위원회에서 합의를 봤다는 임금동결,쟁의중지,고용증대가 고작이다. 과연 이것이 실업을 해결할 수 있는 근본대책이 될 수 있을까? 우리나라의 경우를 보면 한 쪽에서는 실업을 염려하면서도 다른 한 쪽에서는 노동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정부의 재정지원은 이런 중소기업의 노동조건을 개선하고 불확실성을 제거해서 한 쪽에서 남아도는 고급 인력이 노동 부족을 호소하는 부분으로 옮겨 가도록 해야 한다. 실업을 근본적으로 해소하는 것은 장기 과제이며 그 길은 기업과 노동이 시장에서 스스로 맺어져야지,정부 보조금 정책에 의존해서는 해결될 수 없는 것이다. 이 부총리! 지금 시장에서는 이 부총리의 등장을 환영하는 분위기입니다. 그러나 너무 서두르지 말고 장기적이고 근본대책에 중점을 두십시오. /jwkim01@hanwh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