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내분 사태가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수도권 초.재선과 중진의원들이 18일 최병렬(崔秉烈) 대표의 사퇴를 강도높게 요구한데 이어 19일에는 영남권 의원들이 별도 모임을 갖고 사퇴론에 제동을 걸고 나서면서 세대결도 본격화 조짐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번 파문 해결의 키를 쥐고 있는 최 대표는 이날 아침 자택을 떠나 모처에 머물며 거취를 포함한 수습책 마련에 본격 돌입함에 따라 주말께로 예상되는 최 대표의 입장발표가 내분사태의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그러나 최 대표가 자신에 대한 거센 퇴진압력에 "말미를 달라"고 유보적 입장을 밝힌데다 홍준표(洪準杓) 의원 등 핵심 측근들이 "사퇴만이 능사가 아니다"는 입장을 보임에 따라 대표사퇴 불가 입장을 정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특히 전날까지 목소리를 자제하던 이상배(李相培) 안택수(安澤秀) 이방호(李方鎬) 의원 등 영남권 의원들이 19일 총선일정 촉박 및 최 대표 이후 대안부재론 등을 제기하면서 퇴진론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도 최 대표의 판단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퇴진론을 제기했던 수도권 초.재선과 일부 중진의원들의 반발이 극대화되면서 한나라당의 내분은 `분당' 사태로 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미 수도권 초.재선들은 이날 `당개혁 소위원회'를 가동, 최 대표 퇴진여부와 무관하게 내달 임시전대 소집을 위한 방안 검토에 나섰다. 이어 오후에는 전체 모임을 갖고 세확산 작업에 나서기로 했다. 당내 갈등구도도 세대간, 지역간으로 다원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최 대표가 자신에 대한 퇴진요구를 전격 수용할 경우는 양상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는 현 지도부를 대체할 비상기구 구성이 불가피하다. 비대위는 각 세력을 대표하는 인사와 일부 외부인사 등으로 구성될 가능성이 높지만 전대 실시 여부를 둘러싼 내부 논란도 예상된다. 물론 최 대표 퇴진시에는 수도권 초.재선 등 퇴진파의 입지가 높아질 수밖에 없지만 영남권 의원들은 대체로 임시지도부와 선대위를 중심으로 총선을 치르자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최 대표 퇴진 및 임시전대에 대해 상반된 입장을 보이는 이면에는 당권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당내에서는 사태 초반 소장파를 중심으로 최 대표 희생요구에 대해 우호적인 분위기가 압도적이었다. 그러나 최 대표 퇴진요구가 본격화되고 이재오(李在五) 김무성(金武星) 맹형규(孟亨奎) 의원 등이 `반최' 노선의 전면에 나서면서 `순수성'에 대한 비판기류도 형성되고 있다. 최 대표 퇴진론이나 임시전대 요구가 최 대표 이후 당권을 겨냥한 것이란 해석이다. 이미 당내에선 박근혜(朴槿惠) 강재섭(姜在涉) 의원, 이명박(李明博) 서울시장, 손학규(孫鶴圭) 경기지사등의 이름이 특정세력과의 연계설과 함께 떠돌고 있다. 한 중진 의원은 "당의 내분도 새로운 당 건설로 승화돼야 하는데 그동안 최 대표에게 반감을 가졌던 인사나 다른 진영에서 일했던 사람들이 전면에 나설 경우 자칫 잘못하면 순수성이 깨지면서 국민을 더 실망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비판론을 감안한 듯 당사자들은 당권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 소장파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박근혜 의원은 "요즘은 연락이 없었다"고 했고, 강재섭 의원은 "내가 새 대표를 할 생각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두 사람은 임시전대에 대해서는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이런 가운데 당내 일각에서는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분열은 적절치 않다"며 각 세력간의 접점을 모색하려는 움직임도 제기되고 있어 주목된다. 권철현(權哲賢) 부산시지부장은 "최 대표는 소장, 중진 등을 그룹별로 만나서 당을 살리기 위한 제언을 충분히 들은 뒤 퇴진과 함께 당을 살리는 방안을 발표하고, 소장파 등은 최 대표가 명예롭게 물러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태가 단지 내분으로만 치달으면 국민이 한나라당에게 정권을 맡길 수 없다고 보게 될 것"이라며 "전당대회도 당을 살릴 수 있는 이벤트의 하나로 보고 이를 통해 새로 태어나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최이락 기자 choinal@yonhap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