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yu@coreana.co.kr 지난 설 연휴 때 도쿄에서 열린 경영자 연수에 참가했다가 롯펀기 힐스의 모리미술관을 둘러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도심 한복판에 3만평을 재개발해 완벽한 문화타운을 만든 것이다. 세계 일류 예술가의 미술작품을 모은 미술관과 요람에서 무덤까지 이용할 수 있는 각종 문화·교육·생활·레저·스포츠시설을 갖추어 엄청난 관람객과 이용객을 끌어모으고 있었다. 일본은 경제버블이 꺼지기 전 호황기에 서구의 유명 작품들을 사들이고 많은 미술관을 건립했다. 일본인들은 한국 강점기에도 많은 문화재를 반출해 갔으며 임진왜란 때는 문화재뿐 아니라 도공(陶工)들까지 잡아갔다. 옛 문화가 빈약한 그들은 남의 문화재를 모아서라도 문화국가 행세를 하려는 습성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왜정 때 우리 문화재가 일본에 넘어가는 것을 줄기차게 막아내며 수집·보존하신 분이 간송(澗松) 전형필 선생이다. 광복 후의 혼란기와 6·25 이후의 궁핍하던 때 우리 문화재는 다시 헐값으로 외국인에게 팔려 나갔다. 먹고 살기가 어려우니 값진 옛것들을 헐값에 내다팔 수밖에 없었다. 이 어려운 시기에 우리 문화재의 해외 유출을 막고 수집하신 분이 호암 이병철 회장과 호림 윤장섭 선생이다. 많은 문화재가 해외 유출을 면하게 돼 다행스럽고 고마운 일이다. 이제 해외에 나간 우리 문화재나 예술품을 다시 찾아오느라 엄청난 값을 치르고 있다. 최근 국립 박물관이나 국내 수장가들이 외국 옥션에서 비싼 값을 지불하고 우리 문화재를 환수해 오고 있다. 간송미술관은 봄과 가을 두 번 성북동에서 정기적으로 기획전시를 하고 있으며,호암은 용인 에버랜드에 미술관을,호림은 신림동에 박물관을 개설하고 귀한 유물을 일반인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국·공립 박물관과 각 대학 박물관 외에 한독약품의 의약박물관과 필자가 최근에 개관한 코리아나 화장(化粧)박물관 등이 대표적인 기업 전문 박물관이다. 그 밖에도 많은 미술관과 박물관의 개설이 늘고 있다. 평생 모은 문화재를 국립 박물관 등에 기증하는 독지가에게 경의를 표한다. 문화재의 수집·보존에는 재력의 뒷받침과 더불어 높은 안목과 인격,자기 희생의 열정이 있어야 한다. 전통문화와 문화재가 잘 보존되는 나라,문화에 관심이 높은 나라라야 문화국가라 할 것이다. 오는 10월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박물관대회가 우리 문화를 세계에 알리며 성황을 이루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