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봉인」(그레이엄 핸콕 지음.전2권)은 전편 「신의 지문」에 이어 사라져 버린 고대 문명의 흔적을 추적한 책이다. 다만 탐험의 주무대가 바다 속이라는 점이 다르다. 마지막 빙하기 때 북반구는 3㎞ 두께의 빙하로 덮여버려 인류가 살아갈 수 있는조건이 아니었다. 저자 핸콕은 당시 고대인들이 기후가 온난하고 토지가 비옥한 적도 부근 남쪽 해안과 계곡의 저지대에 살며 고도로 발달된 문명을 이룩했다는 가능성을 제기한다. 그렇다면 현재 고대 문명의 자취는 왜 확인할 수 없는가. 해답은 1만5천에서 8천년 전에 걸쳐 발생한 간빙기에 있다. 두꺼운 대륙빙하가 녹아내려 전 세계적으로대홍수가 발생한 것이다. 빙하기에 선사문명이 존재했다면 120m 이상 상승해버린 해수면 아래로 잠겨버렸음에 틀림없다. 잠수복을 입은 핸콕은 5대양 6대주를 돌아 다니며 사실 확인에 나선다. 인도, 수메르, 비미니, 몰디브, 몰타, 일본, 대만, 중국.. 핸콕은 세계 각지의해저를 탐사하며 문명의 수수께끼를 풀기 시작한다. 알렉산드리아 시디 가베르 바닷속에 놓여있는 거석 토막들, 인도 드와르카 해저에 있는 암석 구조물들, 인도 캄베이 만에서 건져 올린 공예품들, 벵골만 해저의 U자형 구조물.. 고대인들이 이룩한 문명을 증명하는 흔적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낸다. 세계 각국에 전해지는 홍수 신화도 문명과 대재앙의 존재를 뒷받침한다. "대단히 강력한 모든 폭풍우가 일시에 습격했다..홍수가 종교 중심 도시들을 휩쓸었다"(수메르 신화) "바다의 신이..거대한 파도를 일으켜..순식간에 도시는 자연의 맹렬한 위력에의해 수몰됐다"(인도 동남부에 전하는 홍수 전설) 핸콕은 또 첨단 과학기술에 의지해 가설 입증을 위한 치밀한 조사를 벌인다. 빙하시대 말기에 일어난 재앙은 인간이 거주할 수 있는 2천500㎢의 면적을 집어삼켰고, 육지의 모양이 근본적으로 바꿔놓았다. 핸콕은 컴퓨터를 이용해 홍수 전 해안선의 모습을 재구성해 낸다. 예전에는 육지였을 이곳 해저에는 마차바퀴 자국의 지형, 아치형 수로, 흉벽, 거석들이 발견됐다. 해저 유적이나 유물들은 근처 육지에서 발견되는 것들과 유사해어느 정도 문명의 연속성도 확인할 수 있다. 핸콕은 많은 고고학자들과 색다른 주장을 펼친다. 그는 기원전 1만9천년에서 기원전 6천년 사이에 존재했을지도 모르는 문명의 실체에 대해서 확실히 언급하지는 않는다. 다만 자신의 파격적인 가설에 대한 찬-반, 증거-반증의 가능성을 열어 두고자 한다. 책은 2002년 1월 16일 발표된 '최신 뉴스'로 끝맺는다. "인도 과학기술 장관은 대홍수로 수몰된 캄베이 만의 해저도시 유물들에 대한최초의 탄소 연대측정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그 유물들은 이제껏 고고학자들이확인한 그 어떤 도시보다 5,000년이나 더 오래 된 9,500년 전의 것으로 밝혀졌다".오성환 외 옮김. 까치 刊. 상권 445쪽. 하권 510쪽. 각권 1만5천원. (서울=연합뉴스) 함보현 기자 hanarmdr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