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재계, EU에 보복자제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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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재계가 이례적으로 '신중한 대미 통상보복'을 요구하고 나섰다.
유럽기업연맹은 12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 서한을 보내 '오는 3월로 예정된 대미 통상보복 조치에 대해 더 유연한 자세를 취해달라'고 요청했다.
EU의 대미 보복조치가 미국의 또 다른 보복대응을 초래, 악순환이 심화되면 유럽기업 스스로가 더 큰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의 반영이다.
1만6천여개 유럽기업의 이익을 대표하는 유럽기업연맹이 이날 파스칼 라미 EU 무역담당위원에게 보낸 서한의 요지는 '미국측에 부당한 조치를 철폐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좀 더 주라는 것'.
주르겐 스트루베 독일 바스프그룹 감독이사회 회장이 서명한 이 서한은 "미정부가 기본적으로 해외판매법인 세금감면 조치를 철회한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우리(유럽기업)도 좀더 기다릴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EU측이 미국의 해외판매법인(FSC) 세금감면에 대응, 오는 3월부터 단계적으로 취하기로 한 보복조치에 브레이크를 건 것이다.
유럽재계가 EU당국의 대미보복조치를 견제하고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같은 결정에는 대미수출이 수입보다 훨씬 많은 상황에서 양측간 무역마찰이 심화될 경우 유럽기업들이 더 큰 피해를 보게 된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현재 미ㆍEU 통상마찰 분야는 크게 두가지다.
유럽기업연맹이 '유연한 조치'를 요구하고 나선 FSC 세금감면은 보잉 등 해외판매가 압도적으로 많은 기업들에 세제혜택을 부여한다는 것으로, 세계무역기구(WTO)는 지난 2000년 '규정위반'이라는 판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EU측은 3월까지 미국이 이를 철회하지 않을 경우 즉시 보복조치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연초에 FSC법안의 폐기를 요청한 상태지만, 의회는 반대하고 있다.
또 다른 현안은 미국이 보복관세 등으로 거둬들인 돈을 해당 피해기업에 돌려주는 일명 '버드법안'.
이 법안 역시 지난해 WTO로부터 '규정위반'이라는 판결을 받았으며, 현재 EU 한국 등 8개국이 WTO에 대미 보복조치 승인을 요청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유럽기업연맹의 요구가 받아들여질 경우 미국과 EU간의 무역마찰이 크게 완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