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제 유가와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교역조건이 15년 만에 가장 악화된 것으로 추정됐다. 1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수출입상품의 가격 변화를 반영한 '순상품 교역조건지수'(2000년=100)가 지난해 1∼11월중 89.5를 기록, 2002년(95.0)에 비해 5.5포인트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2월중 원유와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더욱 두드러졌다는 점을 감안할 때 지난해 연간 지수는 더 떨어져 지난 88년 처음 통계를 내기 시작한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됐다. 순상품 교역조건지수는 수출단가지수를 수입단가지수로 나눈 것으로 수출상품 1단위로 수입할 수 있는 상품량을 가리킨다. 이 지수가 하락하면 수출기업의 채산성이 떨어지고 국민들의 구매력이 약화돼 체감경기(실질 GNI 증가율)가 지표경기(실질 GDP 증가율)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지난해 순상품 교역조건지수가 낮아진 것은 수입단가지수가 1∼11월중 95.0으로 전년도(87.5)에 비해 급상승한 반면 수출단가지수는 같은 기간 83.1에서 85.0으로 소폭 오르는데 그쳤기 때문이다. 지난 98년 116.7을 기록했던 순상품 교역조건지수는 △99년 114.1 △2000년 100.0 △2001년 95.5 △2002년 95.0 등으로 계속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