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주요 시중은행들이 벌어들인 이익의 대부분을 카드 부실 메우는 데 쏟아부은 것으로 나타났다. SK네트웍스와 LG카드 문제도 적잖은 악영향을 미쳤지만 그보다는 무분별한 확장경영의 산물인 카드 부실이 `부메랑'이 돼 은행 경영에 치명타를 안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11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은행[060000]은 지난해 벌어들인 영업이익 4조5천315억원의 89%(4조393억원)를 대손충당금으로 쌓았다. 이 대손충당금의 절반 가량인 2조490억원이 신용카드 부문으로 결국 전체 영업이익의 45%가 신용카드 부실 정리에 들어간 셈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작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3.2% 이상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연체율 상승과 국민카드 합병 등으로 충당금을 대거 쌓아 대규모 적자가 났다"고밝히고 "앞에서 돈을 벌고 뒤로 고스란히 까먹은 셈"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의 작년 카드 충당금 규모는 2002년의 7천737억원에 비해 2.64배에 달하며 은행 전체의 충당금은 SK네트웍스.LG카드를 포함한 기업 여신 충당금까지 포함할 경우 전년의 1조5천556억원에 비해 2.59배에 이른다. 조흥은행[000010]은 작년 전체 영업이익 1조2천503억원보다도 많은 1조3천500억원을 카드 충당금으로 적립했다. 이는 작년 전체 충당금 2조1천332억원의 63%에 달하며 전년 카드 충당금 7천531억원의 1.8배에 달한다. 작년 조흥은행의 전체 충당금 규모는 가계와 기업여신 충당금을 합쳐 2조3천억원으로 전년의 1조6천315억원에 비해 1.4배 수준이다. 조흥은행 고위 관계자는 "2조3천억원의 대손충당금은 은행 전직원의 연간 인건비 3천600억원의 6.4배, 즉 6년5개월치에 해당하는 수준"이라며 "18.7%나 증가한 영업이익을 고스란히 삼켜 버렸다"고 애석해 했다. 신한금융지주의 카드 부문 자회사인 신한카드도 벌어들인 이익(1천417억원)보다도 많은 2천359억원의 충당금을 쌓았다. 하나은행 역시 카드 부문의 영향으로 작년 3천억∼4천억원 수준이던 충당금 규모를 7천억∼8천억원으로 증액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회사인 우리카드 손실이 1조원을 넘을 것으로 보이는 우리금융지주는 충당금규모를 확정하지 못했지만 작년 말 현재 카드 부문 고정 이하 부실여신 대비 충당금적립 비율을 업계 최고 수준인 90%까지 높일 방침이다. 외환카드를 자회사로 둔 외환은행도 카드 충당금 규모가 사상 최대치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기자 rhd@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