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의 정부독점 체제가 깨지고 있다. 금융에서 항공 지하철 미디어에 이르기까지 전산업분야에서 기업공개 및 분사 등을 통한 민영화 바람이 거세다. 건설ㆍ중국ㆍ공상ㆍ농업 등 4대 국유은행이 올해부터 2007년까지 연차적으로 국내외 증시에 상장키로 한게 대표적 예다. 4대 국유은행은 중국 은행 대출의 70%를 장악하고 있어 정부가 시장지배를 위한 통로 역할을 해왔다. "국유은행의 상장으로 금융주권의 위상이 높아지게 된다. 은행이 '기업'의 길로 들어서고 있는 것이다."(우리은행 김범수 베이징지점장) 상장요건을 갖추는 과정에서 경영 투명성이 요구되고, 자연히 대출과 같은 영업행위에 대한 정치적 영향력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상장 후 정부가 최대주주로 남아 있더라도 공개기업으로서 주주들의 경영감시를 피할 수 없게 된다. 과거와는 달리 국유은행들이 정부의 '시녀' 역할을 할수 없게 된다. 중국 은행업감독관리위원회(은감회)가 보하이 상업은행의 신설과 관련, "정부는 은행의 일상경영에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고 못밖은 것도 이같은 인식에 근거한다. "신규대출의 부실비중이 1%를 초과하면 은행장에서 물러나겠다"는 양밍성 농업은행장의 발언도 정부의 입김을 더 이상 받지 않겠다는 공개 메시지이다. 이를 위해 4대 국유은행은 지금 상장을 위해 몸집을 크게 줄이는 구조조정 작업에 한창이다. 4대 은행이 지난 4년간 감축한 인원은 25만명. 건설은행은 상장전까지 2만명을 추가 삭감키로 했다. 농업은행도 지난해 4만명에 이어 올해 1만명을 더 줄이기로 했다. 점포 통폐합도 가속화되고 있다. 그 공간을 메우는 것은 민영은행이다. 현재는 민성은행이 유일한 민영은행이지만 광둥난화은행 등 5~6곳이 올해 설립 인가 신청을 낼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자본도 중국 금융시장의 주요 세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작년 11월 중국 최초의 1백% 외국계 은행이 탄생했다. 중국공상은행이 프랑스 BNP파리바와 합작으로 설립한 파리상하이국제은행의 지분 전량을 파리바측에 넘긴 결과다. 금융당국도 중국 은행에 대한 외자지분 한도 역시 25%로 높인데 이어 신설 상업은행은 반드시 외국자본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지침을 내놓았다. 정부 독점체제의 붕괴는 산업현장에서 보다 가시화 되고 있다. 올해 중국 최초의 민영항공사 잉롄항공(이글유나이티드)이 하늘을 날게 되는게 대표적이다. 잉롄항공은 쓰촨성 청두를 본거지로 서부지역을 운항할 계획이다. 5대의 항공기를 구입, 20% 싼 가격으로 내수시장을 비집고 들어간다는 전략이다. 땅에서는 지하철을 중심으로 SOC(사회간접자본) 분야가 정부 독점에서 벗어나고 있다. 선전시가 최근 지하철 4호선 건설 및 운영을 홍콩 지하철공사에 맡기기로 했고, 베이징시가 지하철 건설에 민간 및 외자를 참여시키기로 했다. 프랑스 비올리아워터는 지난해말 3억9천만달러를 투자, 국유기업인 선전 수리집단그룹의 자산 45%를 인수했다. 선전시의 물 공급 시설 및 폐수처리시설 운영에 참여할수 있는 자격을 따낸 것이다. 베이징시 발전개혁위원회 총경제사 옌사오옌은 "향후 5년내 베이징시가 건설할 수도 발전소 가스 열공급 오수처리시설 등에 대해 외국기업과 민영기업의 참여를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은 지난해 열린 공산당 3중전회에서 국유기업이 독점했던 SCO 투자를 민간에 허용하다는 내용을 새로운 개혁노선에 삽입했다. 중국 당국이 미디어 및 영화시장을 개방키로 한 것은 보다 충격적인 조치다. 중국 정부는 TV 등 미디어시장 개방을 위한 전단계로 최대 국영TV방송인 중앙전시대(CCTV)의 대대적 구조재편에 나선다. 중국 경제의 '자금성(forbidden city)'이 사라지면서 시장을 지배해온 권력이 정부에서 기업으로 빠른 속도로 이동하고 있다. 지방정부 국유은행 국유기업으로 이어지는 중국경제의 '철삼각 연대'의 붕괴는 정부 독점체제의 종언을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