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4월 총선의 무게는 얼마나 될까. 우리나라 총선은 과거 보수적 여·야당 간의 의석 다툼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번 총선은 지난 반세기간 지켜온 국기(國基)의 축을 통째로 거는 역사적 회전(會戰)이 될지 모르겠다. 최근 대통령은 충청도로의 수도이전을 구세력의 근거를 거세하는 천도사업으로 언급해 논란을 빚었다. 그의 언론인은 기성 한국사회의 지성적 양심적 권위로 간주되던 추기경을 민족의 내일을 가로막는 '심각한 걸림돌'로 치부했다. 이들이 어떤 변명을 하든 한국사회를 가는 데까지 몰고 가려는 진보세력의 의도를 숨길 수는 없다. 지난 대통령 선거 때 국민 대부분은 향후 5년의 국정을 '낡았으나 안정된 정치세력'과 '위험하나 참신한 새 사람'중 누구에게 맡기느냐 정도 고민했을 것이다. 그러나 49% 지지를 받아 당선된 대통령은 통치 1년간 믿지 못하리 만큼 세상을 바꿔놓았다. 촛불시위, 두산중공업, 화물연대, 새만금과 사패산, 부안사태….오늘날 반(反)시장 반기업 평등주의 반미친북적 국민정서를 작년 초만 해도 누가 상상했겠는가. 그러나 이런 변화는 이른바 '새 세력'이 기도하는 역사 탄생의 서막에 불과할지 모른다. 한국사회의 세력이동에는 이미 속도가 붙었다. 전교조 환경 연예인 기타 시민,문화집단의 힘은 실로 막강하다. 전교조는 청소년을 교화하고 시민단체는 사회이슈를 만든다. 조직적 교조적 집념적 투쟁적인 이들에게 겁 많은 말없는 다수는 언제나 길을 내주고 있다. 한국의 언론은 이런 새 세력이 실질적으로 장악한다. 대통령은 편파언론이라 부르짖지만 기실 조중동은 소심하고 행동력 없는 보수노년층이나 보는 빛 좋은 개살구다. 오늘날 청장년은 인터넷만 보고 서민대중은 방송만 본다. 이 매체들은 퇴장시킬 꼴통보수와 키워줄 민족주체를 분명하게 가르쳐준다. 정부·여당이 "야당과 보수언론은 대통령 발목잡기를 그치고 일자리 만들기에 동참하라!"고 외치면 야당과 보수언론이 오늘날 실업사태를 일으키는 죄인이 되는 것이다. 아직 진보가 점령하지 못한 마지막 보루가 국회다. 국회가 버티는 한 어떤 좌파세력도 그들의 이념을 제도화시키지 못한다. 이것만 장악하면 이제 그들의 행로에 거칠 것이 없다. 총선은 수중에 가진 칩을 올인해 한판에 걸 가치가 있는 것이다. 4월 총선에 대통령은 얼마나 공력을 퍼부었는가. 과거 어떤 정권도 국가정무책임자 모두를 당의 후보로 차출하고,시혜성 정책을 있는대로 개발하는 이런 사례는 없었다. 대통령은 영남 호남 충청,노동자 사용자,보수 진보 모두를 만나 각기 다른 언질을 주고 그들 편이라고 했다. 정책과 약속의 일관성과 실현성은 장래문제이고 지금은 총선에 한뼘이라도 도움만 주면 된다. 새 세력 새 이념이 당위적 명제라면 국민 모두가 자기희생을 감수하고 변화를 수용해야 한다. 그러나 세계의 첨단에 서서 경쟁하겠다는 우리에게 반시장적 민족주의적 평등적 배타적 이념은 시도할 가치가 있는 것인가. 감언이설을 동원하고 국정을 희생해 국회석권을 기도하는 새 세력은 우리의 장래를 믿고 맡겨도 좋을 만한 집단인가. 이런 물음에 부정적이라면 구세대에게는 아직 할 일이 남아있다. 오늘날 진보좌파가 유린하는 물질적 기반, 그들을 활동시키는 사회환경, 그 장단에 놀아나는 신세대, 이 모두를 남긴 자가 바로 구세대다. 결자해지의 입장에서 새 세력의 번식을 차단할 책임이 사회적 사명이 된다. 구태 비리의 정치인은 퇴출시켜야 하겠지만 새 표를 줄 신인은 엄정히 골라야 한다. 이미 진보진영은 전력을 쏟으며 4월 대회전을 기다리고 있다. 구세대가 소심한 보신주의를 못 버리고 몸던질 태세를 안 갖춘다면 결과는 보나마나이다. 향후 2개월을 적극 말하고 행동하고 가족 동료 수하 인척에게 있는 영향력을 다 발휘하며 소진함이 구세대가 맡을 시대적 역할이다. kimyb@cau.ac.kr -------------------------------------------------------------- ◇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