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열린 선진 7개국(G7) 회담이 중국 '위안화 절상' 쪽에 초점을 맞추면서 9일 개장한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내림세(원화가치 강세)를 나타냈다. 정부가 환율하락을 저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역내외에서 쏟아지는 달러 매도세를 막아내기엔 역부족이었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G7회담 참가국들이 '보다 유연한 환율시스템'을 요구함에 따라 동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환율 인하압력은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위안화 절상 여부가 향후 원ㆍ달러 환율의 향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이번 회담에서 G7이 '환율 급변동이 세계 경제회복에 걸림돌이 돼서는 안된다'고 합의, 지난해 9월 두바이 G7 회담 직후와 같은 환율 충격(원ㆍ달러 환율 급락세)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 '정부 vs 시장', 치열한 공방전 이날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원80전 내린 1천1백66원30전에 마감됐다. 그러나 장 초반엔 상승세였다. 'G7 효과'를 차단하기 위한 정부의 강력한 외환시장 개입(달러 매수)이 '위안화 절상'을 우려한 역내외 달러 매도세의 예봉을 막아냈기 때문. 한동안 팔짱을 끼고 있던 한국은행도 모처럼 지원사격에 나섰다. 이영균 한은 국제국장은 "이번 G7회담 결과를 놓고 위안화 절상 쪽으로 포커스를 맞출 분위기는 아닌 것 같다"고 '구두개입'했다. 이로 인해 오전 한 때 원화환율은 1천1백70원80전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외환당국이 시장개입의 고삐를 조금 늦추자 환율은 곧바로 내림세로 돌아섰다.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들이 2천억원 이상 순매수하고 수출업체들의 환전수요가 늘어나면서 힘의 균형추가 외환당국의 의도와는 반대방향으로 기울었다. 달러와 위안화 간 차액결제선물환(NDF)도 초과강세를 보여 '위안화 절상' 우려를 증폭시켰다. ◆ 추가 하락폭은 크지 않을 듯 G7회담 이후 원화환율이 꾸준히 하락 압력을 받을 것이라는 데는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원화가치가 급격히 절상(환율 급락)될 확률은 낮은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황창중 LG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이번 G7회담은 기존의 달러 약세기조를 유지한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면서도 "정부의 적극 개입으로 그 충격은 대폭 완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증권도 이날 환율 관련 보고서를 통해 "G7 참가국들이 환율의 과도한 변동과 무질서한 움직임은 경제성장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한 점을 고려할 때 원ㆍ달러 환율이 급락할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오히려 이번 G7회담을 계기로 달러가 강세로 전환될 가능성이 엿보인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대우증권은 "달러 약세 추이가 올해 말까지는 지속되겠지만 약세폭은 크게 둔화될 것"이라며 "사실상 달러 약세기조가 마무리되고 있는 것 같다"고 색다른 평가를 내놨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