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새벽 발생한 신촌 H나이트클럽 최루탄 투척사건은 손님이 가장 많이 몰린 일요일 새벽에 일어나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했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나이트클럽에서 이런 일이 발생하면 손님들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면서 압사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 업소와 관계 당국의 철저한 대비책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 실제 지난해 2월 미국 시카고 한 나이트클럽에서 난투극에 놀란 손님들이 한꺼번에 출입구로 빠져 나오려다 떼밀려 넘어지거나 질식하는 등 큰 혼잡을 빚어 20여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빚어지기도 했다. ◆ 사건 발생 = 8일 새벽 4시께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 Y빌딩 지하1층 H 나이트클럽 무대 왼편 테이블에 테니스공 크기의 최루탄 1발이 날아들었다. `퍽' 소리와 함께 소화기 분말가루와 비슷한 물질이 바닥에 퍼지고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찌르면서 무대 위에서 춤에 열중하던 젊은이들이 동요하기 시작했다. 매운 냄새가 차츰 클럽 내부에 퍼지면서 무대 위에서 춤을 추던 손님 100여명이서둘러 자리를 빠져나갔고, 클럽 내부에 있던 다른 손님 수백명도 뒤를 이어 소지품을 챙겨 대피했다. 이 클럽에는 다행히 건물 양쪽 끝과 가운데에 모두 3개의 출구가 있어 손님들은제각기 출구를 통해 무사히 빠져나갔다. 손님과 종업원 등이 112신고를 통해 경찰에 알렸고, 경찰과 119구조대가 현장에도착했을때는 손님들 대부분이 자리를 뜬 상태였다. ◆ `누가 왜' 던졌나 = 경찰은 일단 주변 업소와의 마찰 등으로 인한 원한 관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경찰은 우선 이 클럽 업주 맹모(34)씨와 종업원 업주들을 상대로 주변 업소들과의 이권 다툼이 있었는지를 조사하는 한편 인근 유흥업소 업주들에 대해서도 조사를벌일 예정이다. 그러나 최루탄 투척 장면을 정확히 목격한 사람의 진술이 없어 범인을 찾는 데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찰은 이날 신용카드로 대금을 계산한 사람들의 신원을 일일이 파악할 계획이나 많은 손님들이 최루탄이 터지면서 요금을 내지 않고 그냥 빠져나가 큰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범인이 나이트클럽이 아닌 특정 인물을 노렸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음을시사하는 진술도 나왔다. 종업원 김모(26)씨는 "검은 정장을 입은 짧은 머리의 남성이 무대 왼쪽 아래편에 있던 테이블 쪽으로 최루탄을 던지는 것을 봤다는 사람이 있다"고 말했다. 최루탄을 누군가에게 정조준했을 수도 있다는 게 종업원의 설명이다. ◆ 최루탄 관리허술 지적 = 군부대나 경찰서에 보관, 관리돼 있어야 할 최루탄이 서울시내 중심가 나이트클럽에서 터진 데 대해 `관리부실'을 지적하는 목소리가높다. 경찰 관계자는 "전.의경들이 전역하면서 최루탄을 몰래 가져나가는 경우가 종종있다"며 "이번 최루탄도 그런 식으로 유출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경찰은 파편에 나타난 일련번호를 확인한 결과 최루탄이 경찰이 아닌 군부대에서 유출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 최루탄 제조사인 S화학 관계자를 불러 이날 터진 최루탄이 어느 쪽에 주로 공급됐던 것인지 조사할 방침이다. 경찰은 지난 1998년부터 `무최루탄 원칙'에 따라 시위.집회 현장 등에서 최루탄을 일체 사용치 않아왔다. (서울=연합뉴스) 조성현기자 eyebrow76@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