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팍스 시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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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1세기 말 아우구스투스 황제 이후 2백년 동안은 로마가 중동에서 서유럽에 이르기까지 광대한 지역을 통치하던 전성기였다.
이 시기를 이른바 팍스 로마나(Pax Romana)라 한다.
지구상 곳곳에 식민지를 만들면서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고 불렸던 19세기의 영국은 팍스 브리태니카로 이름 붙여졌다.
소련이 몰락한 후에는 미국의 영향력이 절대적으로 커지면서 팍스 아메리카나 시대를 열고 있다.
팍스는 로마어로 '평화'를 뜻하는데 이는 곧 강요된 평화이며 패권국가를 말하는 것이다.
21세기에는 과연 어느 나라가 세계를 지배하게 될 것인가.
중국 중심의 세계가 형성될 것이라는 소위 팍스 시니카(Pax Sinica)가 점쳐지고 있다.
여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중국 경제가 해마다 고도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 데다 수출이 급증하고 해외투자 역시 봇물처럼 밀려들고 있어서다.
게다가 군사적으로도 엄청난 예산을 투입하면서 군사강국의 위치를 다져가는 중이다.
지난해에는 세계 세 번째로 유인우주선 선저우(神舟) 발사에 성공함으로써 중국의 잠재력을 과시하기도 했는데,유인우주선 기술은 언제라도 첨단무기 제조에 전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 공포론'을 확인시켜 주는 계기가 됐다.
경제·군사적으로 공룡의 모습을 갖춰가고 있는 것이다.
중국에 대한 경계심은 지난달 하순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여실히 나타났다.
포럼에 참석한 서방 지도자들은 온통 중국의 웅비(雄飛)에 관심을 쏟았다고 한다.
실제 골드만 삭스 등 세계의 유수한 연구기관들은 중국의 경제규모가 10년 이내에 독일 일본을 제치고 30년쯤 후에는 미국마저 추월할 것이라는 자료를 내놓고 있기도 하다.
앞으로 세계는 팍스 아메리카나와 팍스 시니카가 주도권을 다투는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전망이다.
그러나 중국의 성장 원동력이 되고 있는 경제가 상당부분 거품이라는 견해가 만만치 않은 것도 사실이어서,중국이 과연 세계질서를 재편해 나가는 선봉에 설지는 아직 미지수로 남아 있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