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부장에서 상무보로 승진한 삼성전자의 A씨. 입사 17년 만에 임원이 된 그는 지난해까지 타고 다니던 SM5를 아내에게 '선물'한 뒤 자신은 신형 그랜저XG를 타고 있다. 회사가 업무용으로 준 차량이었다. 임원용 법인카드와 골프 회원권으로 올 봄에 필드에도 마음 편히 나갈 수 있게 됐다. 또 그의 지갑 내용물에는 회사가 제공한 주유소 신용카드와 10만원권의 고속도로 통행료 선불카드, 서울 시내 혼잡통행권 11장이 추가됐다. 서울삼성병원에서 정밀 건강진단을 받을 수 있는 자격도 얻었다. 부장까지는 강북삼성병원에서 위내시경 정도로 건강검진을 받았지만 임원이 되면 항문내시경과 MRI(자기공명영상촬영) 등 고가의 진단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여기에다 연봉은 40%가량 올라 단숨에 억대 연봉자의 대열에 합류했다. "앞서간 선배들이 이런 혜택을 누리고 있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막상 현실로 다가오니 어안이 벙벙하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재계의 '별'로 불리는 기업 임원은 모든 샐러리맨들의 꿈이다. 요즘은 세대교체 바람속에 연령이 젊어졌지만 1990년대만 해도 20년 이상 근무해 윗사람들의 신임을 얻어야 임원이 될 수 있었다. 고참 부장으로 '마음고생'을 하다가 임원이 된 이와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의 격차는 엄청나다. '20년 세월'을 보상받지 못했다는 씁쓸함에 시달리며 명예퇴직을 준비하는 사람과 의기충천해 또 다른 도약을 준비하는 사람과의 차이는 그야말로 '하늘과 땅'이라고 얘기하기도 한다. ◆ 억대 연봉은 기본 삼성 LG SK 현대자동차 등 주요 그룹 신규임원들의 연봉은 간단히 1억원을 넘는다. 이 가운데 삼성은 한때 임원들의 소득세까지 회사가 대납해주는 등 가장 많은 임금을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신임 상무보의 연봉은 대략 1억3천만원대. LG와 현대자동차 역시 부장에서 각각 상무 및 이사대우가 되면 연봉이 50%가량 올라 간단히 1억원대를 넘긴다. 한진 한화 금호 두산 동부 등 중견 그룹들도 '세금 때문에 실수령액은 많지 않다'고 '엄살'을 떨지만 연말 세금정산서에는 1억원 이상의 급여명세가 찍혀 있다. ◆ 차량 및 골프장 회원권 제공 거의 모든 대기업들이 2천cc급 중형승용차를 제공하고 있다. 기사는 없지만 연료비 등을 회사 경비로 보조해 준다. 동양그룹의 경우 자동차세 보험료 등을 지원해 주기 위해 월 60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현대중공업도 자동차세와 보험료 등을 대신 내준다. 특기할만한 사실은 자동차회사인 현대자동차가 전무급 이상의 중역에게만 차량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 운전기사는 삼성의 경우 전무급 이상, LG와 현대차는 부사장급 이상에게 각각 지원된다. 한화의 경우 임원이 된다고 해서 차량이 즉각 주어지는 것은 아니고 보직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어 사업부장이나 부문장, 공장장 등의 보직을 맡을 경우에는 기사와 차량을 제공받는다. 골프장 회원권도 보직에 따라 유동적이긴 하지만 대체로 사용할 수 있다. 마음만 먹으면 법인회원권으로 주말 골프를 즐길 수 있다는 얘기다. ◆ 복지수준도 달라진다 대한항공에서 임원인 상무보가 되면 국내선 국제선 무료 이용 혜택폭이 대폭 커진다. 부장일 때는 연간 본인에게 4장의 국내선 무료 항공권이 주어진다. 또 국내선 50% 할인 혜택은 본인에겐 무제한 제공되는데 반해 가족용 50% 할인권은 연간 18장으로 제한돼 있다. 그러나 임원이 되면 본인에겐 국내선 무료 항공권이 연간 6장, 직계가족과 장인 장모에겐 1인당 연간 3장씩 주어진다. 국제선 무료 항공권도 1인당 3장씩 나온다. LG전자는 핸드폰 단말기 및 요금 전액을 지원해 주고 종합건강검진, 임원 상해ㆍ배상보험 및 손해배상보험에도 가입해 준다. 두산은 항공여행을 할 경우 비즈니스 클래스를 이용할 수 있으며 'VIP 상해보험'을 회사에서 가입해 준다. 부부동반으로 연 1회 종합검진을 받는 비용도 회사가 부담한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