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산하기관의 방만한 경영에 제동이 걸렸다.


경영 투명성과 효율성 제고를 목표로 한 '정부산하기관 관리기본법'이 오는 4월부터 본격 시행돼 정부 산하기관들에 대해서도 공기업 수준의 엄격한 경영평가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민연금관리공단 한국마사회 등 주요 산하기관이 모두 경영평가 대상에 포함될 예정이어서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특히 이들 산하기관은 매년 한 차례씩 정부의 평가를 받아 실적이 좋지 않을 경우 인사조치와 예산상 불이익을 받게 돼 경영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정부는 이같은 경영평가작업을 토대로 규모가 비대한 산하기관에 순차적으로 조정압력을 가함으로써 불필요한 기관은 구조조정하는 동시에 필요성이 인정되는 기관에는 재정 지원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공기업보다 큰 정부산하기관


지난 2001년말 결산 기준으로 4백90여개 정부 산하기관에 들어간 예산은 총 1백87조4천억원.


이는 국내총생산(GDP)의 30%를 웃도는 것으로 지난해 정부 예산(1백18조1천억원)과 전체 공기업 연간 예산(56조8천억원)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은 규모다.


정부 산하기관에 근무하고 있는 직원수도 15만명을 넘어 공기업 종사자(5만1천명)의 세 배를 웃돌고 있다.


기획예산처는 "이처럼 엄청난 예산과 인력이 투입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산하기관들은 철저한 경영감시를 받지 않았다"며 "이로 인해 방만경영이라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정부산하기관 관리기본법을 마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어떤 기관이 포함되나


예산처는 지난해 연말 국회를 통과한 '정부산하기관 관리기본법'의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최근 입법예고했다.


시행령은 3월중 국무회의 의결과 공포를 거쳐 4월1일부터 시행된다.


이번 시행령의 적용을 받는 기관은 △정부출연금이 최근 3년 평균 50억원 이상인 기관 △정부 출연 보조금과 정부위탁 독점사업 수입금 합계의 최근 3년 평균액이 50억원 이상이고 총수입의 50% 이상인 기관 △정부가 최대 출자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기관 등이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관리공단 국민건강보험공단 한국마사회 국립공원관리공단 교통안전공단 한국전산원 한국지역난방공사 대한주택보증 등 산업자원부와 문화관광부 정보통신부의 소속기관이 주류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또 새로 설립됐거나 설립 예정인 한국철도시설공단 부산항만공사 한국주택금융공사 등도 같은 기준을 적용받게 된다.


다만 투자기관 관리기본법에 따라 경영평가를 받고 있는 한국전력 등 13개 투자기관과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42개 출연기관은 제외된다.


예산처 관계자는 "90여개 정부산하기관이 법 적용 대상이 될 것으로 추정되며 구체적인 대상기관의 명단은 2월중 확인작업을 거쳐 법 시행과 함께 확정 발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산하기관 경영,고삐 죈다


정부산하기관 관리기본법에 포함돼 있는 주요 경영이념은 크게 네가지.


첫번째는 '자율경영'.


산하기관의 일상적인 업무에 대한 자율성을 최대한 부여해 자립기반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경영목표도 산하기관이 직접 정하고 기관장추천위원회 구성이나 공개모집 절차도 알아서 하도록 했다.


대신 '책임경영'과 '효율경영'이라는 목표 아래 방만한 경영에 대한 감시체계를 강화키로 했다.


구체적으로는 △주무부처와 기관장간 경영계약 △기관장과 임원간 성과계약 △실적에 따른 인사 및 성과보수 △경영평가 결과의 국회 제출 등을 통해 산하기관 경영에 책임감을 부여하고 △경영실적 평가 △예산관리 기준 강화 △고객만족도 조사 등을 통해 경영의 효율성을 높일 방침이다.


마지막으로 고객헌장을 제정하고 외부 회계감사를 강화하는 한편 정부산하기관운영위원회와 기관장추천위원회에 민간 위원들의 참여를 확대해 산하기관 운영이 투명하게 이뤄질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할 계획이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