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환율 하락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수출이 지난해에 이어 승승장구하며 급신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반도체, 무선통신기기, 컴퓨터 등 수출 주력 품목이 환율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 고부가가치 상품인데다 최대 시장인 대(對)중국 수출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 수출 호조의 주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1월 수출 증가율은 지난 2000년 2월(35.8%) 이후 3년1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통상 월 10억달러 안팎에 머물던 선박 수출이 지난달에는 25억9천만달러로 두 배 이상 늘어나며 수출 증가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지역별로는 중국으로의 수출이 22억4천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57.6%나 늘어나면서 '중국 효과'를 톡톡히 봤다.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6.8%(1위 수출국)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8%포인트 높아졌다. 중국에의 수출 의존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얘기다. 원화 강세로 인한 수출 전선에의 차질은 아직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화 가치가 엔, 유로 등 경쟁국 통화들에 비해 아직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어 수출경쟁력 확보에는 아직 여유가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이승훈 산자부 무역정책심의관은 "수출 품목의 60% 이상이 일본 제품과 경합하고 있는 무역구조이기 때문에 엔화의 절상 속도와 비교하면 아직 경쟁력은 있다"며 "다만 중소기업 등 영세 수출기업의 채산성 악화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올해 첫달 무역수지가 30억달러에 육박하는 예상외의 실적을 올려 연간 무역흑자 목표액인 1백억달러의 조기 달성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환율의 추가 하락과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이 향후 수출의 잠재 복병이라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