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선과 인접한 경기도의 이른바 접경지역에 대해 사회.경제적으로 다각도에서 접근.분석한 첫 보고서가 서울대 박삼옥(지리학과)교수팀에 의해 나왔다. 접경지역 연구는 일반인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한계 때문에 주로 환경.생태적관점에서 이뤄지거나 남북교류를 염두에 둔 개발정책 등이 논의된 적은 있지만 거주실태를 분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달 28일 학술진흥재단에 제출된 `사회.경제 공간으로서 접경지역 연구'라는제목의 이 보고서에 따르면 접경지역에 포함된 김포.연천.파주 3개 도시의 733가구중 16.7%가 연소득이 1천만원을 밑돈 것으로 분석됐다. 연소득 3천만원 이상을 올리는 가구는 14.2%에 그쳤으며, 연천의 경우 그 정도가 심해 249가구 중 45.8%인 114가구가 연간 1천만원 이하의 소득을 올린 것으로 집계됐다. 인근 시.군과 비교해 거주 만족도를 묻는 질문에는 응답자 943명 중 596명(63.2%)이 `좋지 못하다'고 답했고, 거주지에 대한 불만스러운 점으로는 571명 중 50.5%가 사회기반시설 미비, 29.1%가 군 관련 규제 등을 꼽았다. 주택보급률에서도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41.4%로, 경기도 전체 평균 57%를 크게 밑돌았고, 군사시설보호구역이 많은 지역에서는 60년대 이전 지어진 건물도 많아 주거시설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주민 1천명당 의료인 수는 2.8명으로 경기도 평균 4.1명에 못미쳤고, 양주군은 1.3명 밖에 되지 않았다. 종합병원도 조사 대상 지역 6개 시.군에 3개 밖에 없어, 의료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데 장애가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북관계 개선이 접경지역 경제 활성화를 이끌 것이라는 일반적 예측 역시 실제조사 결과,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입지 기업 197개를 대상으로 북한진출 의사를 묻는 설문에서 116개(59%) 기업은부정적인 의사를 나타냈기 때문이다. 특히 1990년대 이후 들어선 기업들은 입지선정시 남북경협을 오히려 고려하지않는 등 남북관계 개선이 아직 접경지역 경제 활성화에 견인차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부실한 교통 인프라 또한 경제성장을 가로막아 파주시에 세워진 48만평 규모의북(Book)시티는 15년이 넘도록 입주단지의 제 모습을 갖추지 못하고 있고, 군차량들이 도로를 점거해 다른 차량의 수송시간을 지연시키는 피해를 주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팀이 만난 파주시의 한 이장은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고 하지만 여긴 그대로다. 군인들만 사람 구실을 하는 이곳에서 선거철이 되어야 사람대접 받을까. 오갈 데 없는 우리가 불쌍한거다"라고 말해 주민들의 소외감을 드러냈다. 접경지역지원법 시행령에 따른 우리나라의 접경지역은 인천광역시와 경기도, 강원도에 걸쳐 여의도의 1천배가 넘는 8천97㎢에 달한다. 박 교수는 "다른 나라의 경우 언어가 유사하고 문화가 비슷한 접경지역에 굴뚝산업을 옮기고 첨단산업 시설을 세웠다"며 "우리도 언어가 같고 하나의 민족인 북한에 투자할 필요가 있고 그런 점에서 접경지역 개발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광철기자 gcm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