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숭아와 오얏은 말이 없으나 그 아래에 저절로 길이 만들어진다.''군주가 자색 옷을 입으면 모두들 이를 따라해 값이 다섯 배나 뛴다.' '대경전-치국지략'(루안쫑 지음,김택규 옮김,북로드,1만5천원)에 나오는 대목이다. 나라를 다스리는 일도 이와 같다. 이 책은 한비자의 법치사상을 토대로 국가경영의 지혜를 되비추는 현대판 경전이다. 실용주의자였던 한비자는 역사적 실례와 비유적 우화를 총동원해 인간의 갈등을 해결하고 리더에게 필요한 조건을 제시했다. 그리고 군주는 변화된 환경에 맞는 개혁과 법으로 천하를 다스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은 통치의 수단일 뿐 목적이 돼서는 안된다. 사회의 법은 필요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법이 사람들의 마음속에 깊숙이 스며들어야 한다고 이 책은 일깨운다. 훌륭한 인재를 등용하고 활용하는 것도 필요하다. 또한 먼곳에서 인재를 찾기보다 주위 사람들을 잘 살펴 각자의 능력을 극대화시키는 것도 현명한 일이다. 그러나 군주가 조심해야 할 다섯 가지 장애도 잊지 말아야 한다. 첫째는 신하가 군주를 기만하는 일.인의 장막에 가려진 허수아비가 될 수 있다. 둘째는 신하가 경제력을 장악하는 일.덕도 기반이 있어야 베푼다. 셋째는 신하가 마음대로 명령을 내리는 일.군주를 무능하게 만든다. 넷째는 신하가 군주의 의(義)를 행하는 것이고 다섯째는 신하가 붕당으로 사적인 인간관계를 만드는 것이다. 분별없이 특정인을 총애하면 스스로를 해치게 된다. 이밖에 '종아리가 허벅지보다 커서는 안된다-권력의 한계와 책임의 소재를 철저히 파악하라''정확히 과녁을 맞춰라-냉철한 눈과 마음으로 사람을 읽어야 한다''인재와 간신은 구분이 어렵다-충신과 간신의 차이는 지도자의 가치관에 의해 결정된다' 등 30가지의 지혜가 담겨 있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