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추기경이 열린우리당 지도부에 "수도를 옮기는 것이 정말 합리적인 것인지,아니면 표를 얻기 위한 것인지 묻고 싶다"고 밝혔다 한다. "왜 수도를 옮겨야 하는지에 대한 객관적 이유를 아무도 국민에게 납득시키지 않고 있다"는 추기경의 지적은 국가 중대사인 수도이전이야말로 반드시 확실한 국민적 합의 과정을 거쳐야 함을 강조한 것이 틀림없다. 노 대통령은 29일 "수도 이전은 한 시대와 지배권력의 변화를 의미하는데 이런 큰 변화를 국민이 선택했고 그래서 때가 무르익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우리는 추기경과 마찬가지로 수도이전에 대한 국민적 합의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지난 대선에서 노 대통령이 승리했다 해서 국민들이 수도이전을 추인한 것은 절대 아니다. 당시 공약 내용도 '신행정수도 건설'이었지 '수도이전'은 아니었던 만큼 수도이전을 기정사실화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수도이전을 생색내기용 선거전략으로 활용하는 것도 안될 말이다. 정부는 수도이전을 전제로 신국토구상 5대전략과 7대과제를 발표했지만 벌써부터 총선용 이벤트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발표내용의 대부분이 재탕 삼탕인데다 무분별한 부동산투기만 자극하는 결과를 빚을 수도 있고 보면 이런 비난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물론 지방이 수도권 못지않게 발전해야 한다는 당위성에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수도이전은 통일 이후 등 나라의 백년대계에 과연 도움이 되는지,수도권인구 50만명을 줄이기 위해 1백조원 이상으로 추산되는 막대한 비용을 투입하는 것이 옳은지 등 철저히 타당성을 검토하지 않으면 안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반드시 국민찬반투표를 거쳐야 한다는 점이다. 서울시를 비롯한 수도권 자치단체와 많은 원로교수들이 적극적인 반대운동을 펼치고 있는 것도 이런 절차가 생략된 때문임은 말할 필요조차 없다. 국민적 합의과정을 무시하면 엄청난 국론분열과 국력낭비만 초래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