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NDF규제 위험만 키운다..崔公弼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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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 15일 취한 국내 금융사들의 환투기 억제책은 현재 외롭게 경기를 지탱하고 있는 수출 호조세를 이어가기 위한 환율 안정 노력으로 볼 수 있다.
국내 금융사의 비거주자에 대한 차액결제선물환(NDF) 매입 초과 포지션을 제한하는 이번 조치는 투기를 억제하고 외환시장의 달러 공급을 줄여 원화가치 상승(원·달러 환율 하락)을 억제하는 효과를 기대한 것이다.
그러나 이 조치의 타당성을 논하기에 앞서 개입 비용과 안정 구도의 지속 가능성,그리고 시장 발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보다 포괄적인 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
더욱이 NDF 거래 제한은 환율 안정에 실효성이 낮고 이중가격 형성 등 시장 교란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도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
실제 환투기와 환위험 헤지는 구분하기 어렵다.
'시장 이상'(market anomaly)의 근본 원인은 환율이 대내외 경제 기초 여건과 괴리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작 근본적인 시장 교란 요인은 환투기 자체라기보다는 일방향의 투기 포지션이 강화될 수밖에 없는 국내외 여건에 기인한다.
사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은 달러 약세 기조에도 불구하고 환율 안정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경주해 왔다.
덕분에 수출 호조세와 경상수지 흑자 기조는 정착되었으나 달러표시 자산이 대부분인 외환보유액의 급증은 또 다른 고민거리로 등장하고 있다.
수출을 통한 아시아 각국의 안정성장 욕구는 이제 세계 금융체제의 근간인 달러화의 신뢰도마저 위협할 정도의 요인으로 나타나고 있다.
분명 아시아 국가들의 환율 수준은 여러 기초 요인을 검토해볼 때 균형상태로 보기 어렵다.
경상수지나 성장률 등 현재의 대내외 불균형 추세가 지속되기 어렵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환율 수준의 조정은 불가피하다.
그럼에도 대미 달러 환율이 유지되는 것은 아시아 지역의 어려운 속사정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아시아 국가들은 공통적으로 대내외 여건이 변해도 환율이 신축적으로 조정되기 어려운 수출성장 구조와 자본시장 취약의 구조적 틀에서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역내 공통의 문제를 안고 과연 시장 개입으로 현 상태를 얼마나 유지할 수 있을까? 다른 형태의 파생상품 거래가 가능한 상황에서 시장의 기대를 일부 시장 개입으로 저지할 수 있을까?
정작 우리가 기대하는 구조조정이 단기간에 불가능하고 환율 급변의 부작용이 우리 경제를 강타할 수 있는 것도 인정해야 하겠지만 이 와중에서도 환율 안정의 기초여건이 조금이나마 구비되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
당장의 환율 안정은 오히려 교역조건 악화와 연관된 위험을 확대시켜 조만간 더 급격하고 고통스러운 조정을 수반하기 쉽다.
불안한 구도를 인정하면서도 이를 유지하려는 노력은 대외신뢰도 제고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환율 변동성 확대가 당장 금융 안정에 위협을 줄 수 있다는 확증이 없는 이상 시장 개입을 통해 시장의 조정 메커니즘 자체를 마비시킬 필요는 없다.
현재 우리가 안고 있는 시장위험,특히 금융파생과 관련한 위험은 단순히 정책적인 개입으로 분산되거나 회피할 수 있는 것이라기보다는 많은 참여자들의 다양한 시장 기대 형성 및 결정을 통해 보다 효과적으로 관리될 수 있다.
정부가 시장 기대 형성의 주체가 되어 스스로 비용을 치르는 것은 곤란하다.
환투기 봉쇄와 수출 지원이라는 이중 포석 차원의 NDF 규제는 조만간 철폐돼야 한다.
각종 파생상품 및 역외 NDF 시장은 일견 국내 외환시장 불안정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실제 시장의 불안요인을 미리 현실화시켜 시장 작동을 원활히 해주는 역할도 병행한다.
외환 당국은 당장의 환율 안정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자칫 이후의 조정 부담을 키우지 않도록 시장의 소리에 보다 귀를 기울여야 한다.
시장의 신호를 죽여서 안정을 확인하기보다는 안정된 모습이 살아있는 시장에서 구현되도록 도모해야 한다.
외환 관련 금융파생 시장이 '위험 누적'이 아닌 '위험 분산'의 장이 되도록 교각살우의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gpchoi@kif.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