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치개혁특위 정치자금법 소위가 28일 법인.단체의 정치자금 기부금지에 합의한 것은 이른바 `차떼기'로 대표되는 불법대선자금파문으로 인한 정치권 전반의 불신을 벗어나기 위한 자구책의 하나로 보인다. 그동안 관행으로 여겨졌던 기업과 정당의 비정상적 관계를 혁파하고 소액 다수기부자의 정치자금만으로 투명한 정치를 하자는 것이다. 지금까지 기업은 중앙당 및시.도지부 후원회, 개인후원회에 대해 연간 최대 2억5천만원까지 정치자금을 제공할수 있었던 점에서 기업의 기부금은 정치권의 최대 자금줄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불법대선자금 수사로 인해 드러난 수백억원대의 불법자금 수수로 촉발된국민의 불신은 정치권으로 하여금 기업과 정치권과의 연결고리인 정치자금에 대한근본적인 수술을 더 이상 미룰 수 없게 했다. 기업의 정치자금 기부금지는 결국 정치권의 체질변화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부패의 고리가 끊어지게 되는 만큼 각 정당은 중앙선관위의 국고보조금과 소액다수기부자의 기부금 등으로 운영할 수 밖에 없는 만큼 중앙당 슬림화, 원내정당화 등저비용 고효율 정치구조로의 전환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소위는 소액다수 기부자의 기부행위 활성화를 위해 정치자금 10만원 이하 기부자에 대해서는 세액공제 혜택을 주고, 10만원 초과 기부자에 대해서는 소득공제 혜택도 주도록 했다. 소위는 내달중 이런 내용의 정치자금법 개정안을 정개특위 전체회의를 거쳐 내달 임시국회에서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기업의 정치자금 기부가 원천적으로 금지된다. 그러나 전체회의나 본회의 논의과정에서는 적지 않은 논란이 예상된다. 소위가기업의 정치자금 제공은 금지하면서도 임직원 등이 개인 자격으로 정당이나 정치인후원회 등에 기부금을 내는 것은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기업체가 법인 명의로는 후원금을 내지 않더라도 임.직원 명의를 이용해서 편법으로 정치자금을 제공할 개연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또 정치권의 정치자금수수 관행이 변하지 않을 경우 비자금 조성 등을 통한 보다 지능적이고 음성적인 방법의 자금거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미 업계에서는 정치자금법 개정안에 대해 "고비용정치구조를 해소하기 위한취지는 이해하지만 현실과 괴리된 방안"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법이 개정되더라도 기업의 입장에서는 정당이나 정치인들이 은밀하게 정치자금을 요구해 올 경우 쉽게 거절하기 힘들 것인 만큼 결국 정치자금법 위반자만 양산할소지만 있다는 것이다. 한 의원은 "별다른 대안이 없이 금지만 할 경우에는 기업과 정치권과의 음성적거래라는 관행이 재연될 소지가 높다"고 지적했다. 정치권과 재계 일각에서 중앙선관위 등 제3의 기관에 정치자금을 기부한 뒤 배분하는 방안이나 법인세 3억원 이상 납부 기업에 대한 법인세의 1% 정치자금 기탁의무화 방안 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다. (서울=연합뉴스) 최이락기자 choinal@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