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 25일 서울 목동 까르푸 매장.별 생각 없이 식품 코너에서 특정 회사가 만든 '연두부' 제품을 찾았다. 그러나 언제나 같은 자리에 놓여 있던 그 제품은 그 곳에 없었다. "며칠 전 다른 회사 제품으로 교체됐다"는 매장 직원의 얘기에 별 수 없이 다른 제품을 구입하면서 '교체 이유'가 궁금했지만 확인할 길은 없었다. 그러나 의문은 다음날 아침 신문(한경 26일자 1,3면)을 보면서 의외로 쉽게 풀렸다. "콩값과 운송료가 크게 올라 납품가를 10% 이상 올려야 한다"는 제조업체와 "가격 조정 필요성은 알지만 할인점 속성상 대폭 인상은 불가능하다"는 유통업체 사이에 충돌이 빚어지면서 제조업체가 스스로 제품 공급을 중단한 것.최근 급등한 국제원유 및 원자재 가격이 불러온 생활물가 상승의 여파가 소비자들이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실생활 깊숙이 파고든 현실을 여과없이 보여주는 단면이다. 장면을 바꿔 27일 아침 과천 정부청사 경제부처 통합 브리핑실.'최근 물가 동향과 전망'이라는 제목의 보도 참고자료가 갑작스레 배포됐다. 재정경제부가 내놓은 자료에는 "1월 물가는 지난 5년 동안의 1월 중 평균 물가상승률과 유사한 수준으로 상승 전망…예년에도 1월 물가는 연초 가격조정 관행 등으로 다른 달보다 큰 폭으로 상승' 등의 해명성 문구들이 가득했다. 으레 그렇듯 "금년도 소비자물가는 지난해보다 낮은 수준인 연평균 3% 내외에서 안정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는 내용도 빠지지 않고 실렸다. 그러나 연초부터 휘발유 등 기름값과 도시가스 소매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불경기에 허덕이는 가계살림에 주름살을 더하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8% 오른 철도요금과 지난 1일부터 편도 기준 1천5백원 인상된 항공료는 서민들의 설 귀향 비용을 잔뜩 부풀려 놨다. 이런 상황에서 재경부가 내놓은 자료는 서민들이 체감하는 '실제 상황'과 너무나 거리가 멀다. 국민들은 주요 장·차관을 모두 총선에 동원하는 '올인(all in) 전략'이 아니라 서민 살림살이의 현주소를 그대로 파악하고 대책을 세우는 정부를 기대할 것 같다. 김수언 경제부 정책팀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