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실업자는 넘쳐나는데 막상 기업은 필요한 사람을 제때 못구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이지고 있는 것은 명분과 체면치레식 대학진학풍토가 아직도 만연해 있기 때문입니다." 중견 사회인으로 활동중인 영진전문대 졸업생들은 "실용성과는 거리가 먼 간판따기 대학진학 문화가 청년층의 대량실업을 자초해 왔다"면서 "하지만 고실업이 장기화되고 있기 때문에 머지않아 대학진학풍토가 확 바뀔 것"이라고 내다본다. 김영표 정보통신부 전산관리소 서기관은 81년 졸업 후 공직에 진출해 주경야독으로 4년제 대학과정을 마치고 경영학 석사학위까지 취득했다. 지난해에는 대구하계유니버시아드 조직위원회 정보통신부장직으로 고향에 와서 봉사하기도 했다. 그는 "전문대를 가면 한계인생으로 끝난다는 일부의 인식은 완전히 잘못된 편견"이라고 말한다. 외국의 경우 대부분이 전문대 정도를 나와 직장 생활을 하면서 대학을 다닌다. 우리나라처럼 부모가 주는 돈으로 대학원까지 마치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도 전통적인 체면문화가 붕괴되고 있는 만큼 실용적인 분야에 진출해 자신의 장래를 설계하는 실속파들이 늘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잘라말했다. 이종하 한국OSG 기술연구소 개발2팀장은 컴퓨터응용기계 계열을 89년에 졸업해 한·일 합작 투자회사인 한국OSG에서 절삭 공구 개발팀을 맡고 있다. 이 팀장은 "사회의 일반 인식은 아직 멀었지만 기업현장의 전문대 졸업생에 대한 인식은 크게 달라졌다"고 말한다. 그는 "현장 적응력에서 앞서기 때문에 15년간 직장생활을 하면서 해외 출장과 연수 등에서 오히려 혜택을 받았다"면서 "시장은 간판보다는 생산성과 창의력으로 인재를 평가한다"고 강조했다. 대구=신경원 기자 shi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