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칠레, 일본에 이어 세번째로 싱가포르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위한 협상을 시작했다. 한.싱가포르 FTA가 맺어지면 한국은 싱가포르를 동남아시장 진출 확대의 교두보로 확보하는 한편 물류 및 금융 등 국내 서비스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반면 무관세화로 인한 수입증가, 특히 제3국산 상품의 우회수입이라는 부정적효과가 발생할 가능성도 높다. ◆싱가포르 시장과 교역구조 = 2002년 기준으로 싱가포르의 인구는 413만명, GDP는 870억달러로 한국의 5분의 1 수준이며, 교역액은 2천414억달러로 세계 15위. 1인당 GDP는 2만887달러로 우리나라의 2배, 1인당 수출액은 3만160달러로 세계1위 수준을 자랑한다. 싱가포르는 98년 이후 한국의 10대 교역국으로 올라섰고 우리나라는 매년 40억달러 가량을 싱가포르에 수출하고 있다. 한국과 싱가포르 모두 반도체, 컴퓨터, 석유제품, 합성수지 등을 주요 품목으로수출하고 있어 양국의 교역구조는 서로 경쟁관계에 놓여 있다. 싱가포르는 컴퓨터 및 사무기기, 반도체, 전기기기, 통신기기, 유기화학제품 등이, 한국은 컴퓨터, 사무기기, 통신기기, 반도체, 전기기기, 선박, 플라스틱, 고무제품, 섬유류, 철강제품 등에서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우리나라가 싱가포르에서 들여오는 100대 수입품목 중 현재 반도체, 컴퓨터용품,통신기기 등 42개 품목, 금액으로는 71%에 해당하는 품목에 무관세가 적용되고 있고나머지 품목에는 관세가 매겨지고 있다. 저관세(관세율 6.2% 미만) 품목은 전체 수입액의 9.9%, 고관세(6.2-8.0%) 품목은 18.6%, 초고관세(8.1% 이상) 품목은 0.8%. ◆한.싱가포르 FTA 의미와 전망 = 한.싱가포르 FTA는 단기적 교역확대보다는 아세안과의 FTA 추진을 위한 교두보 확보라는 점에서 더 의미가 있다. 싱가포르는 시장규모가 작은데다 이미 거의 모든 품목에 걸쳐 무관세화를 실시하고 있기 때문에 FTA 체결로 한국의 수출이 크게 늘 가능성은 거의 없다. 현재 알코올성 음료 4개 품목에만 관세를 매기고 있으며, 이들 품목도 2010년까지 관세를 없앨 계획이다. 반면 한국으로서는 무관세화가 실시되면 석유제품, 일부 컴퓨터부품과 기계류,전기기기, 국내시장 점유율이 40%인 알칼리망간전지, 보올베어링 등의 수입증가가예상된다. 또 싱가포르의 대 한국 수출의 50% 가량은 재수출인 점을 감안할 때 제3국산 제품의 우회수입도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관세철폐로 수입증가가 우려되는 민감품목을 선정해 국내산업 및 소비자 후생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검토한 뒤 관세철폐 기간을 설정하고 우회수입을막기 위해 특혜원산지규정도 엄격히 규정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아울러 금융, 물류, 통신, 사업서비스 등 분야의 협력강화를 통해 국내 서비스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우리나라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가급적 줄이고 최대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쪽으로 협상의 초점을 맞춰야 하며, 특히 금융 및 물류산업의 경쟁력을 높여 싱가포르와의 FTA를 동북아경제중심으로 거듭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공병설기자 kong@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