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료들의 이른바 '총선 차출'로 말들이 많다. 대통령은 연두기자회견에서 "현재로선 총선 출마를 위한 개각은 없다"고 말했지만 이를 곧이 곧대로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오히려 그 말이 나오자마자 언제쯤 개각이 있을 것인지 갖은 추측만 난무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하면 꼭 맞을 것이다. 공직자 누구라도 출마를 할 수 있는 문제이고 보면 장ㆍ차관이 총선에 나간다고 그 자체가 잘못됐다고 말할 수는 없다. 정신적 여당이라는 열린우리당의 간판으로 출마하는 것 또한 시비의 대상이라고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누가 어느 당으로 출마하든 그 자체에 대해선 우리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 걱정되는 것은 이런 상황이 공직자 사퇴시한인 2월 15일까지 계속돼야만 하는가이다.어느 부처의 누가 출마하는지를 두고 설왕설래하는 상황은 새해 들어 시작된 것이 아니다. 이미 지난해부터 이어져 왔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오래 계속되면 될수록 행정공백은 물론이고 정책의 신뢰성 상실 또한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지난 연말 일부 내각개편에 이어 차관급 인사를 곧 단행하겠다고 했지만 아직도 감감무소식이다. 이달 말에 한다거나 총선 출마가 예상되는 차관의 경우 다음 개각시에 함께 한다는 얘기들만 무성할 뿐이다. 여기에 해당하는 부처들이 정책을 추진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한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 일일 것이다. 재정경제부의 경우 부총리와 차관 모두 출마예상자로 거론되고 있다. 경제정책이 제대로 조정될 리 만무하다. 올해 경제정책의 핵심이 일자리 창출이라고 정부는 강조했다. 하지만 이것이 어디 한 부처만의 일인가. 여러 부처가 힘을 합쳐야 하고 전체적인 조정도 필요하다. 결과적으로 경제에 전념하겠다는 대통령의 의지마저 의심받기에 딱 좋은 상황이다. 정책을 발표해도 신뢰를 얻기 어렵다. '참여복지 5개년 계획'은 그 좋은 사례다. 설익은 정책 탓도 있지만 '총선용 선심공세가 아니냐'는 의혹을 받을 소지가 다분했다. 장ㆍ차관이 총선출마자로 거론되는 부처들은 특히 이런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대통령은 기업들에 뭐가 불확실한지 묻고 싶다고 했지만 불확실성은 이런데서부터 야기된다.정책이 언제 추진될지 모르고 정책 자체도 신뢰하기 어렵다면 그만한 불확실성도 없다. 잦은 개각이 바람직한 것은 결코 아니지만 어차피 해야 할 개각이라면 빨리 하는 것이 그나마 책임있는 국정,일하는 정부에 걸맞은 조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