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1일자) 한은과 재경부의 밥그릇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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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외화관리원(가칭)을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은 재정경제부 주도로 설립될 예정인 한국투자공사(KIC)에 대응하기 위한 것임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KIC의 필요성조차 회의적인 마당에 한은마저 비슷한 기관을 설립하겠다고 나서고 있으니 두 기관이 외환관리를 둘러싸고 또다시 밥그릇 싸움을 벌인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한국은행은 전문인력을 영입해 투자대상을 다양화하고 수익성 자산 비중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지만 외환보유액을 재원으로 수익을 추구하는 조직이라는 점에서 KIC와 전혀 다를게 없다.
재경부가 외환보유액중 2백억달러를 떼내 KIC를 설립키로 하면서 외환운용의 주도권이 장기적으로 재경부로 넘어갈 것을 우려한 위기의식의 발로임이 분명하다.
보유외환이 바닥나 국가부도 위기에 몰린 것이 불과 6년전인데 상황이 조금 나아졌다 해서 국가비상금에 해당하는 외환보유액을 서로 헐겠다고 싸우니 아무리 좋게 볼래야 좋게 볼 수가 없다.
해외투자의 위험성은 SK글로벌 사태 등을 통해 이미 뼈저리게 경험한 바 있다.
혹시라도 투자에 실패해 보유외환을 날리는 일이 생기면 누가 어떻게 책임을 질 것인가.
더구나 외환투자를 전담하는 기구가 꼭 필요한 것인지도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우리보다 외환보유액이 훨씬 많은 일본 중국 대만도 별도 조직은 두고 있지 않다.
전문외환관리기구를 만들면 한국이 동북아금융중심지로 부상할 것이란 주장도 있지만 금융중심지는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서울의 경쟁력은 싱가포르 홍콩 도쿄는 물론 상하이에도 뒤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형편임을 직시해야 한다.
정책을 입안할 때면 으레 위원회나 새로운 기구부터 만들려는 발상은 반드시 뜯어고치지 않으면 안된다.
기존의 제도나 기구를 활용해도 얼마든지 효율적으로 운용ㆍ관리할 수 있는데도 굳이 새 기구를 만든다면 그것은 결국 이해관계자들을 위한 자리만들기에 불과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