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전국번호판 제도'가 시행 10여일 만에 수술대에 올랐다. 전국번호판 제도는 시·도를 옮겨 이사할 때마다 번호판을 바꿔야 했던 불편을 없애기 위해 새해들어 도입된 제도다. 그러나 당초 취지와는 달리 오히려 혼란과 불편만 초래하고 있다. 건설교통부는 지난 12일 "새해 1일부터 교부한 자동차 전국번호판의 디자인이 좋지 않다는 여론을 수용해 전면 개편키로 했다"며 "개정된 번호판은 숫자가 대폭 커져 식별성은 좋아졌으나 디자인 측면에서 미흡한 점이 많음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처음부터 잘 만들었으면 돈과 행정력 낭비는 물론 국민 불편을 피할 수 있지 않았겠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건교부 관계자는 꿀먹은 벙어리 신세가 됐다. 사실 번호판 디자인이 선정된 과정을 살펴보면 건교부는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일부 번호판 제작업자들을 모아놓고 '이게 어떠냐'는 식으로 의견을 들은 게 고작이었다. 탁상행정의 전형인 이번 디자인 선정은 네티즌들의 비판을 불러왔다. 전국번호판이 교부되자 건교부 홈페이지에는 네티즌들의 비판이 매일 수십건씩 쇄도했다. 한 네티즌은 "최소공간 규정도 고려하지 않은 채 여백없이 숫자로 꽉 채운 이유를 알 수 없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네티즌은 "10년이 걸려도 좋으니 좀 제대로 만들어 달라"고 충고했다. 번호판 디자인을 10여일 만에 바꾸기로 한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오는 6월 이후 자동차 번호체계 자체를 또다시 전면 교체키로 한 점이다. 이같은 전면 재개편은 당초 계획에도 없던 일로 여론에 떼밀려 내놓은 또다른 '졸속'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건교부는 "현재 문제가 된 번호판은 이달 말까지 국민공모 등을 받아 디자인을 일부 보완한 후 그대로 사용하고 6월 이후 전문가 용역을 받아 색상 등을 포함해 번호판 체계를 다시 전면 교체키로 했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한번이면 끝낼 수 있는 번호판 교체를 두세번씩이나 해야 하는 셈이다. 이같은 졸속행정으로 인한 부담과 불편은 고스란히 국민 몫이다. 민간기업이라면 당장 '해고'감이라는 사실을 건교부 관계자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김후진 사회부 기자 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