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이 300억원의 비자금을 조성, 정치권에 수십억원의 불법자금을 건넨 사실이 드러나면서 대우건설 비자금 파문이 일파만파 번져가고 있다. 정치권이 경영악화로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중이던 기업에게까지 손을 벌려 자금을 요구하고, 기업은 또 이에 호응해 채권단 몰래 비자금을 챙겨 정치인들에게 돈을 건넨 행태에 대해 국민들은 분노를 넘어서 정치권 등에 대한 염증까지 느끼고있다. 현재 검찰은 대우건설 비자금이 300억원 규모에 달한다고 확인한데 이어 여야정치인 5∼6명이 대우건설로부터 거액의 대선자금.정치자금.뇌물을 수수했다고 밝히는 등 경쾌한 수사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검찰의 이같은 행보는 검사 5명과 수사관 60명을 동원한 대규모 압수수색과 대우건설 전.현직 임원 10여명에 대한 동시조사 등에서 큰 성과를 보인데 따른 것이다. 검찰은 특히 압수수색에서 비자금의 윤곽 및 정치권 로비의 밑그림을 밝혀줄 `비자금 장부' 등 `요긴한' 자료들을 상당수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르면 내주부터 대우건설 자금수수 혐의가 있는 국회의원 등 정치인들을 비회기 상태에서 차례로 소환, 혐의가 확인되는대로 사법처리한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이들 중에는 공사수주 청탁 등을 대가로 돈을 받은 현역 의원 1명과 정대철 열린우리당 의원 외에 정치자금을 수수한 여야 의원 2∼3명이 포함돼 있다. 체포 동의안이 부결된 국회의원 8명 전원에 대해 사전 영장을 청구하는 등 검찰이 정치권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춰 불법 자금수수 혐의가드러난 정치인 2∼3명에 대한 사법처리는 불가피해 보인다. 검찰이 이밖에도 트럼프월드 시행사인 하이테크하우징이 구여권 인사들과 연관돼 있다는 첩보를 입수, 확인중이어서 조사결과에 따라 사법처리 대상 정치인은 더늘어날 수도 있다. 검찰은 대우건설의 대선자금 수사와 비자금 수사를 분리한다는 방침이다. 검찰 수사팀 관계자는 "대선자금이 일부 포착됐으나 서울지검에서 계속 수사할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며 "내주중 대검과 조율을 거쳐 대선자금 수사 일원화여부를 결정, 발표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송광수 검찰총장이 "대선자금 수사는 대검으로 가져와야 맞지 않느냐"고 말해서울지검이 비자금 조성을, 대검이 대우건설의 대선자금 제공을 맡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그러나 정대철 의원이 누보코리아로부터 받은 불법 대선자금 5천만원 건을 대검에 이첩했다 정의원 영장청구를 앞두고 다시 서울지검이 넘겨받은 만큼 대우건설 대선자금 수사도 서울지검이 맡게 될 가능성도 있다. 검찰이 트럭 2대 분량의 압수물품으로 한 기업의 영업활동이 큰 차질을 빚고 있는데 대해 "빨리 돌려주도록 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수사를 조기 종결하기 위해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 등 관련자들이 검찰 수사에 `협조'하고 있는 것도 수사가 속전속결로 매듭지어질 가능성을 높이는 대목이다. (서울=연합뉴스) 정주호 기자 joo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