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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파원코너] 美 이민법 '겉과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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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멕시코 이민자들이 많은 로스앤젤레스에선 딸기 수확철이 되면 시민단체들이 임금착취를 당하면서 딸기를 따는 불법 체류자들을 위해 인권옹호 시위를 벌이곤 한다. 온 종일 쭈그리고 앉아 딸기를 따는 불법 체류자들이 받는 임금은 겨우 입에 풀칠 할 정도.그래서 시간당 5.15달러인 최저 임금이라도 받게 해달라고 시민단체들은 목소리를 높인다. 하지만 불법 이민자들은 체류 근거가 불분명한 탓에 딸기 농장주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외면해도 참고 견디는 수밖에 없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불법 체류자들을 구제해 주기 위한 이민법 개정안을 마련함에 따라 음지에서 고생하던 이들이 양지로 나올수 있게 됐다. 미국 경제는 이민자들의 땀으로 꽃을 피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어서 불법 이민자들의 구제 조치는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 그러나 이민자들은 반갑지만은 않다. 새 조치가 시행되면 현재 일자리를 갖고 있는 불법 체류자들은 3년 기한의 임시 근로자 자격을 부여받게 된다. 불법 체류자들이 걱정하는 것은 3년 후 추방될 가능성이다. 신분이 드러난 후에는 연방 정부의 감시망에서 벗어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부시 행정부는 임시 취업 비자를 3년 더 연장해줄 수 있다고 발표했지만 불법 체류자들은 상황이 바뀌어 단속만 강화될지 모른다고 우려한다. 고국으로 돌아가도 이곳에서 번 소득을 기반으로 연금을 받을 수 있게 된다고 하지만 적자 수렁에 빠진 연방정부가 그런 여력까지 갖게 될지 의심을 받고 있다. 새 조치가 발표되자 이민 사회의 반응은 설렘과 의구심으로 양분됐다. 일단 환영속에 좀더 지켜보자는 신중한 입장도 만만치 않다. 의회의 손으로 넘어간 이민법 개정안이 불법 체류자들의 '아메리칸 드림'을 얼마나 보호해 줄지는 좀더 기다려야 봐야 할 것 같다. 뉴욕=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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