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 먼저 마신다.' LG카드와 LG투자증권 처리 과정을 지켜보면서 두 번이나 떠오른 우리네 속담이다. '떡 줄 사람'은 LG카드,LG투자증권을 인수할 회사이며 '김칫국을 마시는' 쪽은 채권단이다. 이 속담이 먼저 생각난 시점은 지난해 12월16일.채권단은 이날 'LG카드 경영정상화 방안'을 내놓으면서 연말까지 LG카드 인수 우선협상 대상자를 선정하겠다고 발표했다. 부채가 20조원에 이르는 기업의 경영권을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제3자에게 넘기겠다는 계획이었다. 결과는 대부분 사람이 예견한 대로였다. 어느 한 곳도 인수의향서를 보내지 않았다. 해가 바뀐 지금도 채권은행들은 추가 부담을 줄이기 위해 눈치싸움이 한창이다. 지난 7일 채권단이 LG투자증권 선(先)매각 방침을 확정했을 때도 '김칫국' 속담이 저절로 되살아났다. 이번엔 시점이 아니라 가격이 문제다. 채권단은 LG투자증권을 팔아 3천5백억원의 차익을 남긴 후 이를 LG카드 정상화에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이를 토대로 채권단의 LG카드 신규 출자전환 규모를 2조원에서 1조6천5백억원으로 줄여놨다. 채권단의 계획은 LG카드의 개인 대주주 및 계열사로부터 LG투자증권 2천5백87만주(지분율 21.2%)를 1천9백억원에 사들여 이를 5천4백억원에 되팔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누가 LG투자증권 지분 21.2%를 5천4백억원에 사준다고 했는가. 채권단 계산대로 한다면 LG투자증권 주당 매각 단가는 2만9백원 수준이다. 7일 현재 이 회사 종가 9천3백80원보다 2배 이상 비싼 금액이다. LG투자증권이 비록 국내 리딩 증권사이긴 해도 이 가격에 거래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 증권가 분위기다. 일부에서는 신한은행이 굿모닝증권을 사들일 때 프리미엄이 시가 대비 20%에 불과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물론 LG투자증권 매각 단가가 채권단의 기대보다 더 높아질 수도 있다. 그렇지만 협상 기술이 무엇보다 중요한 M&A(기업 인수·합병) 자리에서 자신의 패를 먼저 보여주고 이기기는 힘들다. 국내 굴지 은행의 전문가들이 총동원돼 나온 결과가 이렇다면 무엇인가 잘못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박준동 증권부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