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로 미국과 쿠바 간 외교관계가 단절된 지 43년을 맞은 가운데 연초부터 두 나라간 신경전이 날카롭게 벌어지고 있다. 쿠바 외무부는 7일 미국 정부에 대해 며칠 앞으로 다가운 쿠바 정부와의 이민협정 협상을 앞두고 일방적으로 회담 보류를 통보해 옴으로써 쿠바와의 긴장관계를 고조시키기 위한 새로운 구실을 찾고 있다고 강력 비난했다. 외무부는 이날 쿠바 공산당 기관지 성격의 일간 그라만에 발표한 성명을 통해 8일 열릴 예정이던 양국간 이민협정 개정 협상을 불과 사흘 앞둔 지난 5일 미국 당국이 일방적으로 회담 보류를 알려온 것은 미국 마이애미를 중심으로 한 쿠바 망명사회의 압력을 받아 양국간 긴장관계를 더욱 고조시키려는 데 있다고 주장했다. 성명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쿠바 당국이 양국 사이의 이민자 교류를 질서있고합법적이며 안전하게 할 수 있는 결과를 낳을 매우 중요한 사항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할 자세가 진정으로 있다는 점을 보일 때까지" 이민협정 관련 회담 성사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쿠바 정부에 알려왔다. 성명은 또 일방적 양보와 자신들의 모든 요구사항에 따르라는 것은 "제국주의적언사"라면서, "현재 우리는 미국-쿠바 간 이민협정을 개정하기 위한 주요한 메커니즘을 방해하고 양국 관계를 악화시키려는 목적 하에 이 같이 완전히 납득할 수 없는구실이 새롭게 도출되는 상황을 그저 맞고 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성명은 미국 정부가 남미대륙의 `반미 공조'를 획책하고 있다고 최근 혁명45주년을 맞은 쿠바를 공격하는 동시에,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 및 아르헨티나 중도좌파 정부의 `친쿠바 정책'까지 싸잡아 비난하는 가운데 나왔다. 미국의 중남미 관련 협상창구인 로저 노리에가 미국 국무부 서반구 담당 차관보는 6일 미주(美洲)협의회에서 연설한 후 기자회견에서 피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민주정부의 안정을 흔들려는 `자극적' 정책을 일삼고 있다고 쿠바 정부를정면으로 공격했다. 노리에가 차관보는 카스트로 의장에 대해 "별다른 영향력을 주지 못하며 노쇠하고 늙은 독재자"라면서, "중남미 지역을 불안정하게 하려는 카스트로 의장의 행동은미주 사회를 자극하는 요소로서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또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대통령의 아르헨티나 정부에 대해서도 라파엘 비엘사 아르헨 외무장관이 지난해 말 쿠바를 방문했을 때 쿠바내 반체제 인사들을 만나지 않은 점을 문제삼았다. 이와 관련해 비엘사 장관은 특별한 요청이 없었을 뿐이었다고 해명했으나, 쿠바반체제 단체 관계자들은 수차례 면담을 요구했다고 말한다. 이와 함께 미국 국무부는 지난 5일 성명에서 베네수엘라 정부의 친 쿠바 정책을간접적으로 비난했다. 국무부 성명은 베네수엘라가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의 기반을 흔들려는 시도를끊임 없이 해온 쿠바와 밀접한 관계를 맺으면서 베네수엘라 주변 국가 사이에서 우려가 커져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미국은 카스트로 의장의 정치적 수완이 석유수출로 벌어들인 차베스 대통령의 금력과 결합해 `반미공조' 세력을 형성할 수 있다는 데 우려한다. 베네수엘라의 금력과 인력은 에콰도르와 우루과이의 반정부단체 지원에도 사용된 증거가 있으며, 차베스 대통령은 콜롬비아 반군 조직도 지원하고 있다고 미국 관리들은 주장한다. 미국 관리들은 또 카스트로가 1990년 이후 잠잠했던 이 지역의 좌익단체를 훈련,조언, 병참지원 등의 방법으로 돕고 있다며 이를 반군 재규합의 조짐이라고까지 경고한다. 또 작년 12월 미국 주재 쿠바 외교관 1명이 범죄행위를 이유로 추방되는 등 지난해 미국에서 추방된 쿠바 외교관은 15명 이상이다. 이에 대해 카스트로 의장은 지난 3일 쿠바 혁명 45주년 기념식에서 "우리의 목적은 명예와 영광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전례 없는 역사의 새 장을 쓰기 위한 것"이라며 쿠바 체제를 굳건히 지켜나갈 것임을 대내외적으로 재차 강조했다. 또 최근 리카르도 알라르코 쿠바 의회 의장은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 행정부의쿠바 공격 위험은 실제적인 것이라며 미국 정부를 강력 비난했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김영섭특파원 kimy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