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번디는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강성노조의 단골 파업으로 몸살을 앓았다. 거래업체들이 물건을 받기 위해 공장 문밖에서 며칠씩 기다려야 하는 상황도 반복됐다. 태업(怠業)도 다반사였고 품질문제도 심각했다. 이러한 악순환을 끊기 위해 95년 취임한 김시원 부회장이 내건 캐치프레이즈가 '원이즘(Oneism)'. 고객 주주 직원은 하나라는 뜻이다. 노조의 협조 없인 생산성 향상을 기대할 수 없다는 믿음으로 시작한 운동이다. 왜 직원이 먼저이지 않느냐는 노조의 비아냥에 김 부회장은 "우리 물건을 사주는 고객이 있고 투자를 하는 주주가 있어야 회사가 존재하고 직장이 있는 것 아니냐"며 설득했다. 직원들에게 월 단위 결산이 끝나는 매월 7일 경영자료를 공개하고 반장 조장 등 생산직 중심의 현장 개선활동도 펼쳤다. 회사 상황을 모두 실시간으로 직원에게 알리고 직원들의 자발적인 협조를 구했다. 경영진은 'Doing right things(정직하고 바른 의사결정을 내린다)', 직원들은 'Doing things right(효과적으로 일을 수행한다)' 역할을 분명히 정의하면서 상호 신뢰감을 높였다. 한국번디의 '원이즘'은 이제 세계 일류를 지향하는 기업이념으로 발전하고 있다. 경쟁기업이 모방할 수 없는 기술과 원가를 만들어갈 때만 지속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다는 뜻이다. 이 회사는 매년 3건 이상 특허출원을 통해 내부 역량을 쌓고 있다. 올해는 중국 4곳과 태국 등 5군데 해외 현지공장을 본격 가동할 예정이다. 김 부회장은 "잠재적인 경쟁상대인 중국업체와의 가격 싸움에서 이긴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결국 한국번디만의 차별화되고 독창적인 기술노하우와 마케팅 기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