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의 효율성을 나타내는 총요소 생산성 향상 과정에서 '정부의 전략적 자원 배분'보다는 시장에 의한 '창조적 파괴', 즉 활발한 기업의 진입.퇴출과 이에 따른 자원 재배분 효과의 기여도가 더 클 수 있다는 분석 결과가 제시됐다. 따라서 향후 지속적 성장을 위해서는 정부의 시장 개입을 자제하는 한편 과학기술 발전 이상으로 시장 경제 원칙 확립에 중점을 둬 비효율적인 기업들이 활발히 퇴출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 한진희 연구위원은 6일 「KDI 정책연구」에 게재한 '진입.퇴출의 창조적 파괴 과정과 총요소 생산성 증가에 따른 실증 분석'이라는 논문에서 1990∼98년의 광공업 통계 조사 결과를 근거로 신규 진입-퇴출업체의 생산성 증가와 총요소생산성 증가의 여러 기여 요인을 실증적으로 분석해 이 같은 결과를 제시했다. 한 위원은 경기상승기(1990∼95)에 달성된 제조업 생산성 증가율 23.0% 중 기존업체의 생산성 증가율을 시장점유율로 평균한 '내부 효과'의 기여율은 57%에 그쳤고 기업의 신규 진입과 퇴출의 생산성 증가 기여도가 46%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한 위원은 이 기여도는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증대되는 불황기에 더욱 높아져 경기 하강기였던 1995∼98년에는 진입.퇴출의 효율성 증가 기여도가 달한 65%인 반면 내부 효과의 기여율은 -2%로 오히려 효율성 증가를 저해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기업의 신규 진입-퇴출에 대해 "생산성이 낮거나 하락하는 기업에서 다른 기업으로의 자원 재배분 과정"이라고 정의하고 "이를 통해 경제의 생산성 증가에 미치는 당장의 효과는 크지 않더라도 동태적으로 실현되는 이득은 매우 크다"고 진단했다. 그는 미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에서도 진입.퇴출의 효율성 증가 기여도는 40%를 넘지 못했다고 소개하고 이는 한국 경제의 성장 과정에서 활발한 진입.퇴출이 이뤄짐과 함께 진입 3년 정도면 기존 업체의 생산성을 따라잡을 정도로 기업들의 학습 속도가 빠른 데 기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과거 한국 경제의 고도 성장 과정에서 적어도 90년대는 정부의 전략적 자원 배분 이상으로 기업들의 경쟁과 활발한 기업 신규 진입,퇴출, 즉 '시장의 힘'이 기여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 위원은 "연구 결과는 과거 한국 경제의 총요소 생산성 향상이 정부의 전략적 자원 배분에 기인한다는 가설이 옳지 않을 수 있음을 의미하는 강력한 증거일 수 있다"고 전제하고 "향후 지속적 성장을 위해 과학기술 발전 못지 않게 경쟁원칙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유도하는 게 매우 중요함을 시사한다"고 결론지었다. (서울=연합뉴스) 김종수기자 jski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