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칠레 자유무역협정(FTA)이 국회의 비준을 받지 못해 표류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일 미ㆍ칠레 FTA가 발효돼 칠레에 대한 국내 기업의 수출이 큰 타격을 받게 됐다. 한국무역협회는 5일 '미ㆍ칠레, 미ㆍ싱가포르 FTA 발효와 우리 무역에 대한 영향' 보고서를 통해 "미ㆍ칠레 FTA 발효와 함께 칠레는 미국산 수입품목의 87%에 대한 관세를 철폐했다"면서 "우리 수출품중 미국과 경합관계에 있는 자동차, 석유 및 전자제품 수출에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특히 미ㆍ칠레 FTA는 한ㆍ칠레 FTA가 칠레측 예외품목으로 인정한 냉장고 세탁기의 관세를 즉시 철폐하도록 해 한국산 냉장고 및 세탁기의 칠레 수출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KOTRA 산티아고 구자경 무역관장은 "FTA 국회 비준 지연으로 자동차 가전제품 등 대부분 시장에서 중하위권으로 밀리고 있다"며 "중남미 경제의 중심축인 칠레를 잃으면 중남미시장을 잃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대우일렉트로닉스 산티아고법인 김원식 부장은 "대우는 6%의 관세를 무는 반면 경쟁업체들은 칠레와 FTA를 맺고 있는 멕시코 공장에서 무관세로 제품을 수입하고 있어 경쟁에서 갈수록 밀려나고 있다"며 "대우 제품 생산도 한국이 아닌 멕시코로 옮기는 방안을 본사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