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부가 내놓은 '산업자본 금융지배 방지 로드맵'은 도대체 어디로 가자는 로드맵인지 의문이 들 정도다.사금고화 방지라는 그럴 듯한 명분을 내세우고 있으나 외국의 투기자본이 줄줄이 국내 금융회사 사냥에 나서고 있는 현실에서 국내자본에 대한 역차별을 시정하기는커녕 되레 확대하는 내용 일색으로 돼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금융회사가 특정 기업의 사금고로 전락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취지 자체에는 반대할 생각이 전혀 없다.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감독으로 풀어야 할 문제지 소유제한으로 풀 문제는 아니다.더욱이 외국자본에 대해서는 자본의 성격을 따질 능력과 의사도 없으면서 유독 국내자본에 대해서만 이를 고집하는 건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이는 역차별을 해가면서까지 국내 금융회사를 외국자본에, 그 것도 헐값에 몽땅 내주자는 것에 다름 아니다. 이번 로드맵에서 문제점 투성이라는 지적이 있어 왔던 대주주 자격 유지제도 도입을 백지화하고,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금융회사 계열분리 청구제도 도입을 재검토키로 한 것은 그나마 잘한 일이다. 하지만 제2금융권 출자자격을 부채비율 1백50% 이내로 제한하고,현재 최대 30%까지로 돼 있는 금융계열사 의결권 행사한도를 축소하는 등 소유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 금융회사의 헐값 매각을 부추길 뿐 아니라 국내 주요 대기업을 국제투기자본의 사냥감으로 내몰리게 만들 뿐이다. 이제 정부는 사금고화 방지를 소유규제로 풀려는 고집을 더이상 부려선 안된다. 감독강화를 전제로 국내외 자본이 공정한 진입기회를 갖도록 소유규제에 대한 역차별은 시정하는게 옳다.이런 점에서 이번 로드맵에서 제시된 내용중 소유관련 규제강화는 백지화하고,은행법상의 지분소유 제한도 완화할 필요가 있다. 국내자본의 금융산업 진입규제를 완화하기는커녕 이를 강화하면서 동북아 금융허브를 외치는 건 헛구호에 불과하다.외국인들만의 금융허브는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