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0월 서울 광교 앞 조흥은행 본점.점심 시간을 알리는 안내방송이 나가자 마자 사무실은 소란에 휩싸인다. 동료들과 사무실을 빠져 나온 김 대리.근처 패스트 푸드점에서 간단한 점심거리를 사들고 청계천으로 향한다. 청계천에 노니는 송사리들을 내려 보면서 식사를 마친 김 대리는 동료들과 세상사는 얘기를 나누며 이팝나무로 가득찬 산책로를 거닌다. 흘러내리는 청계천 물소리가 청아하다. 내년 9월 청계천 복원사업이 끝난 이후 서울 강북도심 직장인들의 달라진 삶의 모습이다. 최막중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청계천 복원은 도심 직장인은 물론 강북 주민들의 삶의 질을 몇단계 끌어 올릴 획기적 사건일 뿐 아니라 서울 도심을 살림으로써 강북의 르네상스를 앞당긴다는 측면에서 기념비적인 사업"이라고 평가했다. ● 내년 9월 청계천은 흐른다 청계천은 서울 종로구 동아일보사∼성동구 신답철교간 5.8km 구간에서 복원된다. 현재 공정률은 21∼23% 수준.내년 9월 공사가 마무리되면 30cm 깊이의 시냇물이 흐르고 하천변을 따라 1.5∼3m 너비에 산책로와 쉼터가 들어선다. 옛 모습을 살리고 서울의 다양한 모습을 특징화한 교량 21곳도 건설된다. 곳곳엔 징검다리가 놓여져 하천 양쪽을 연결한다. 청계천 주변에는 녹지 8만3천여평이 마련된다. 청계천 시발점인 광교 남쪽에 9백평 규모의 청계마당 공원이,끝나는 지점인 고산자교 근처엔 3천5백평짜리 용두공원이 생긴다. 서울시는 "주변 경관이 시원하도록 청계천변 신축건물은 5층 이하로 제한하고 신축 고층빌딩은 일정한 거리를 두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강북의 '테헤란로' 청계천 복원은 서울 도심재개발의 기폭제라는 점에서 단순한 개천복원에 그치지 않는다. 맑은 개천을 사이에 둔 업무·주거단지 조성이 목표다. '양재천을 낀 테헤란로'가 강북에 다시 조성되는 셈이다. 청계천 주변개발은 세가지 테마로 이뤄진다. △무교동은 국제 금융·비즈니스 중심지 △세운상가 주변은 정보기술(IT)·문화산업 집적지 △동대문시장은 패션·의류·생활용품 중심지로 육성된다. 도심에 적합지 않은 공구상이나 금형공장 등은 송파구 장지동 등으로 이전된다. 서울시는 세운상가 주변 5만여평은 2005년 3월 종로구 예지동 1만평 재개발을 시작으로 2008년까지 주상복합·특급호텔·공항터미널 등이 갖춰진 첨단 업무·주거시설로 바꿀 계획이다. 황학동 일대 벼룩시장과 숭인·창신동 지역은 주상복합 아파트로 탈바꿈시키고 젊은층이 많이 모이는 관철동엔 학원 등 교육서비스 시설을 집중 유치키로 했다. 동대문시장 의류도매상 김모씨는 "청계천이 서울 명소로 자리잡으면 동대문상가를 찾는 외국인들은 물론 가족단위 국내쇼핑객이 늘어 상권도 활성화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종로 업그레이드'프로젝트도 서울 도심을 바꿀 것으로 예상된다. 종로 1∼6가 2.9㎞간 도로변 노후건물 앞면은 리모델링되며 지저분한 간판은 교체된다. 보도 전화부스 분전함 가로등도 새로 바뀐다. 청진동에는 2006년말께 스포츠클럽 상가 오피스텔을 갖춘 20층짜리 '종로타운'이 세워진다. 청계천변 동평화·청평화시장 등 지은 지 20년이 넘은 8개 재래시장도 깔끔하게 단장된다. ● 왕십리 뉴타운,뚝섬 숲=공원과 주거공간의 조화 청계천 물길 끝쪽엔 왕십리 뉴타운과 '뚝섬 서울숲'이 들어선다. 성동구 하왕십리 440 일대 10만평 부지의 왕십리 뉴타운은 상업·업무·주거 시설이 들어서는 '직주복합타운'으로 조성된다. 아파트는 5천가구가 지어져 주거여건도 크게 개선된다. 단지내는 유럽풍으로 지어진다. 프랑스 샹젤리제 거리처럼 보행로를 따라 상가와 주택 등이 들어선다. 건물은 외부(20∼25층)에서 중앙(5∼8층)으로 점점 낮아지게 설계됐다. 초등학교와 중·고 병설학교 각각 1곳이 건립된다. 영세 제조업 밀집지역인 성동구 성수동 주변에는 35만평 규모의 서울숲이 들어선다. 여기엔 생태공원 승마공원 체육공원 가족공원 수변공원이 자리잡는다. 이 가운데 2008년 개통되는 분당선 성수역 근처 3만평은 2012년까지 쇼핑몰 호텔 업무시설 등이 들어서는 상업·문화단지로 조성된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