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규모가 작을 때는 공동대표직이 도움이 됐지만 규모가 커지면서 오히려 걸림돌이 됐습니다." 오는 5일 최고경영자(CEO)자리에서 스스로 물러나는 국내 인터넷업계 대표주자 이해진 NHN 사장(36)은 "회사의 경영 추진력과 조직강화를 위해 퇴진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NHN의 대주주로 네이버컴과 한게임커뮤니케이션이 합병하면서 김범수 사장과 3년5개월간 공동 대표를 맡아 왔다. 하지만 대주주가 사장직을 버리고 회사전략을 구상하는 부사장으로 몸을 낮추기는 쉽지 않은 일. "대표이사가 두 명이다 보니 의사 결정 절차가 복잡했습니다.거기다 책임 소재도 명확하지 않아 업무에 혼선을 빚기도 했지요." 이 사장은 세계적 인터넷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일원화되고 체계적인 경영시스템이 절실했다고 설명했다. 이 사장은 김범수 사장과는 성격과 경영스타일이 대조적이라는 평을 받아 왔다. 김 사장은 과묵하고 생각을 깊이 하는 반면 이 사장은 꼼꼼하게 업무를 챙기는 스타일이다. 사내에선 김 사장은 아버지같고 이 사장은 어머니같다는 평을 듣고 있다. 그런 가운데서도 두 사람이 드러내놓고 불화를 겪은 적이 한번도 없었을 정도로 신뢰를 쌓고 있다. "김 사장은 추진력이 있습니다.그리고 인터넷과 게임분야 모두에서 경험을 갖고 있어 단독 CEO로 더 적임자라고 판단했지요." 이 사장은 회사 규모가 커지면서 공동대표체제의 한계를 느껴 "2002년말부터 공동대표에서 물러나야 하는 문제로 고민을 했고 2003년초부터는 김 사장을 중심으로 경영체제를 정비해 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결심을 굳히기까지 개인적인 고뇌도 없지 않았다고 털어 놓는다. 외부에서 이상한 시각으로 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 가족들을 납득시키는 것도 부담이었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회사발전을 위해 김 사장 단일체제를 선택했다. 이 사장은 "앞으로 장기적인 사업방향을 설정하고 해외IR(투자설명회)와 인수·합병(M&A)전략을 짜는 데 전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